같은 사안, 다르게 기재는 물론 잘못 기재도
회계보고서 통일성·구체성·전문성 부족
회계자료 공개 기간 짧고, 접근 어려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및 지역 선관위로부터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제출받은 21대 국회의원 144명의 임기 만료 회계보고서에 따르면 의원실마다 정치 후원금 회계 보고서를 제각각으로 기재하는 경우가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계처리의 일관성과 투명성을 위해 용어의 통일성을 지키는 것이 기본이지만, 정치 후원금 회계보고서는 여전히 회계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유류비의 경우에도 의정활동 차량 유류비, 주유비, 유류비 등으로 혼용돼있고, 다수 의원실이 물품 구매 시 의정활동 물품 구매로 통칭하기 때문에 제품명을 알 수 없어 적절한 지출이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이 경우 일부 의원실은 별지에 재산명세서상 비품 및 처리 결과 등을 상세하게 적어놓지만, 별지를 공란으로 두거나 처리 결과를 누락한 경우도 많았다.
두 경우 모두 선관위 신고 과정에서는 처리 명세 등 영수증을 첨부했다고 하지만 일반 국민들은 회계보고서 사본을 받았을 때 영수증 신고 명세는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오류가 있는지도 선관위에 별도 문의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또한 의원 상당수가 입법 보조 및 지역관리 등의 명목으로 인건비를 지출하고 있지만 유급 사무원 인건비, 직책 보조비 등 관행적으로 기재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명세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선관위가 회계책임자를 위한 관련 책자를 배포하고 교육도 실시하지만, 회계책임자가 전문가 출신이 아닌 데다 국회의원 회계보고서는 공인회계사의 감사의견서를 첨부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완벽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행 정치자금법 41조1항에 따르면 중앙당 및 후원회의 경우 자체 감사기관에 소속된 공인회계사의 감사의견서를 첨부해야 하지만, 국회의원 후원금 회계 보고는 공인회계사의 감사의견서를 요구하지 않는다. 임기 말 과도해진 조사량 대비 짧은 감사 기간으로 인해 선관위의 꼼꼼한 감사가 어려운 가운데 국회의원실의 자체 외부감사 규정도 없는, 구멍이 있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인 유성진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는 "기업 등 사적 기관은 업무추진비 사용 등을 회계 보고할 때 여러 절차를 거쳐 굉장히 꼼꼼하게 (보고서 작성 및 감사를) 하게 돼 있다"며 "그러나 국회의원 회계보고서는 그런 측면에서 떨어진다"며 투명성과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공개 기간이 6개월로 짧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2021년 5월 "열람 기간 제한 조항은 선관위 업무 부담 경감 등 이로 인해 달성되는 공익에 비해 침해되는 사익이 중대해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 위배된다"며 정치자금의 수입·지출명세와 첨부 서류를 선관위 사무소에 비치하고 공고일부터 3개월간 공개하도록 한 구(舊) 정치자금법 42조 2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선관위의 업무 편의보다 국회의원들의 정치자금 감시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해당 조항을 국회가 바꿔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국회의원 정치후원금 회계보고서에 접근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해당 법률 규정은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에도 2년 넘게 그대로 유지되다 총선을 앞둔 지난 2월 열람 기한을 6개월로 3개월 '찔끔' 개정됐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상 공소시효에 맞추다 보니 6개월로 제한한 것이다. 정치후원금 회계보고서는 선관위 사무소를 찾아가 열람하거나,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사본을 받도록 정치자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보니 고위공직자의 재산 명세와 달리 공직자윤리시스템이나 관보 등 온라인에서 상시 열람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도 않다.
이 때문에 지구당이 부활하면 선관위에 신고해야 하는 정치후원금 회계보고서는 2배 이상 증가하는 반면 열람 기간은 여전히 짧기 때문에 정치인들의 후원금 사용명세에 대한 감시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구당 부활에 공감대를 나타내면서 '민심과 밀착된 정치'를 명분으로 거론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정치인을 감시하기는 더 버거워질 가능성이 커졌다. 유 교수는 "유권자들이 감시할 수 있도록 회계보고서를 항상 열람할 수 있게 상시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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