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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회계보고서…통일성 없고, 상시 공개 안 하고[줄줄 새는 후원금]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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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사안, 다르게 기재는 물론 잘못 기재도
회계보고서 통일성·구체성·전문성 부족
회계자료 공개 기간 짧고, 접근 어려워

편집자주과거에 지구당을 폐지한 이유는 불법 정치자금 때문이었다. 최근 거대 양당은 지구당 부활을 추진하고 있다. 지구당 부활의 전제 조건은 투명한 정치자금 사용이다. 실태는 어떨까. 아시아경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및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21대 국회의원 144명의 임기 만료 전 회계보고서 6개월 치를 확보했다. 이들은 지금은 전직 의원이 된 이들이다.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지출 명목과 사용 장소의 적절성 등을 따져서 검증 우선순위 항목을 정했다. 당사자들과 선관위의 확인을 거쳤으며, 현장 취재도 병행했다. 선관위가 회계보고서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는 현실도 포착했다. 국회의원들의 임기 말 후원금 사용 실태를 집중적으로 검증·보도한다. ①김치공장 물류창고에 사무용품비 수백만 원 지출 ②강남 와인바·호텔·유명 식당 밥값으로 사용…'간담회=맛집투어?' ③퇴직금은 불법…'퇴직위로금'은 합법 ④정치자금으로 동료 의원들에게 대규모 명절 선물 ⑤임기 만료 10일 앞두고 1000만원 쓰며 나 홀로 미국 출장 ⑥'문제없다' 선관위 답변에 변호사비로 거액 지출 ⑦동료 정치인 후원에 수백만 원씩 썼다 ⑧정치자금이 쌈짓돈? 교통위반 과태료 냈다 ⑨임기 말 후원금 계정이 마이너스? 왜? ⑩정치자금으로 키운 유튜브 어떻게 해야 하나 ⑪땡처리 관행 여전…남은 정치자금 1인당 12.8만원 ⑫통일성 없고, 상시 공개 안 하고…국회의원 회계보고서
국회의원들의 정치후원금 회계보고서가 의원실마다 유사한 지출 사안을 제각각 다른 방식으로 기재하거나 회계보고서를 오기재해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는 등 통일성과 전문성이 떨어지는 사례가 다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뿐만 아니라 공개 기간이 6개월로 짧고, 중앙선관위 사무소에 찾아가거나 사본을 받게 돼 있어 감시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및 지역 선관위로부터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제출받은 21대 국회의원 144명의 임기 만료 회계보고서에 따르면 의원실마다 정치 후원금 회계 보고서를 제각각으로 기재하는 경우가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계처리의 일관성과 투명성을 위해 용어의 통일성을 지키는 것이 기본이지만, 정치 후원금 회계보고서는 여전히 회계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가령 식사를 겸한 간담회를 표기할 경우 OOO를 위한 의원 간담회라는 목적 외에 참석자 이름과 숫자를 표기하는 방식이 정석이라면, A 의원은 OOO를 위한 의원간담회, XXX를 위한 기자간담회 등으로 간담회의 목적만을 표기했다. B 의원은 여러 건의 간담회를 '간담회'로 통칭했다. 이처럼 인원수나 명단을 기재하지 않아 일반 국민이 국회의원들의 회계보고서만 보면 간담회의 목적, 인원 등을 알 수 없어 적절한 사용처였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다수인 것으로 밝혀졌다.
유류비의 경우에도 의정활동 차량 유류비, 주유비, 유류비 등으로 혼용돼있고, 다수 의원실이 물품 구매 시 의정활동 물품 구매로 통칭하기 때문에 제품명을 알 수 없어 적절한 지출이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이 경우 일부 의원실은 별지에 재산명세서상 비품 및 처리 결과 등을 상세하게 적어놓지만, 별지를 공란으로 두거나 처리 결과를 누락한 경우도 많았다.
두 경우 모두 선관위 신고 과정에서는 처리 명세 등 영수증을 첨부했다고 하지만 일반 국민들은 회계보고서 사본을 받았을 때 영수증 신고 명세는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오류가 있는지도 선관위에 별도 문의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또한 의원 상당수가 입법 보조 및 지역관리 등의 명목으로 인건비를 지출하고 있지만 유급 사무원 인건비, 직책 보조비 등 관행적으로 기재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명세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문성 부족도 곳곳에서 드러났다. 일부 의원실은 회계보고서 작성 때 후보자 등 자산계정과 후원회 기부금 계정을 혼동해 잘못 기재해서 정치 자금 사용 금액이 맞지 않는 사례도 발견됐다. 일부 회계보고서에서는 선거비용 외 정치자금 과목에 선거운동과 관련된 비용을 소비하는 명세를 기재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회계보고서 자체도 수입·지출 단식부기로 작성하다 보니 차입금 같은 부채의 차입·상환을 후원회 수입·지출로 작성해 경과가 명료하지 않다는 부작용도 드러났다.
선관위가 회계책임자를 위한 관련 책자를 배포하고 교육도 실시하지만, 회계책임자가 전문가 출신이 아닌 데다 국회의원 회계보고서는 공인회계사의 감사의견서를 첨부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완벽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행 정치자금법 41조1항에 따르면 중앙당 및 후원회의 경우 자체 감사기관에 소속된 공인회계사의 감사의견서를 첨부해야 하지만, 국회의원 후원금 회계 보고는 공인회계사의 감사의견서를 요구하지 않는다. 임기 말 과도해진 조사량 대비 짧은 감사 기간으로 인해 선관위의 꼼꼼한 감사가 어려운 가운데 국회의원실의 자체 외부감사 규정도 없는, 구멍이 있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인 유성진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는 "기업 등 사적 기관은 업무추진비 사용 등을 회계 보고할 때 여러 절차를 거쳐 굉장히 꼼꼼하게 (보고서 작성 및 감사를) 하게 돼 있다"며 "그러나 국회의원 회계보고서는 그런 측면에서 떨어진다"며 투명성과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국회의원 회계보고서…통일성 없고, 상시 공개 안 하고[줄줄 새는 후원금]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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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기간이 6개월로 짧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2021년 5월 "열람 기간 제한 조항은 선관위 업무 부담 경감 등 이로 인해 달성되는 공익에 비해 침해되는 사익이 중대해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 위배된다"며 정치자금의 수입·지출명세와 첨부 서류를 선관위 사무소에 비치하고 공고일부터 3개월간 공개하도록 한 구(舊) 정치자금법 42조 2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선관위의 업무 편의보다 국회의원들의 정치자금 감시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해당 조항을 국회가 바꿔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국회의원 정치후원금 회계보고서에 접근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해당 법률 규정은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에도 2년 넘게 그대로 유지되다 총선을 앞둔 지난 2월 열람 기한을 6개월로 3개월 '찔끔' 개정됐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상 공소시효에 맞추다 보니 6개월로 제한한 것이다. 정치후원금 회계보고서는 선관위 사무소를 찾아가 열람하거나,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사본을 받도록 정치자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보니 고위공직자의 재산 명세와 달리 공직자윤리시스템이나 관보 등 온라인에서 상시 열람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도 않다.
이 때문에 지구당이 부활하면 선관위에 신고해야 하는 정치후원금 회계보고서는 2배 이상 증가하는 반면 열람 기간은 여전히 짧기 때문에 정치인들의 후원금 사용명세에 대한 감시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구당 부활에 공감대를 나타내면서 '민심과 밀착된 정치'를 명분으로 거론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정치인을 감시하기는 더 버거워질 가능성이 커졌다. 유 교수는 "유권자들이 감시할 수 있도록 회계보고서를 항상 열람할 수 있게 상시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민 기자 [email protected]
이현주 기자 [email protected]
이동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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