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홈쇼핑 통해 여행상품 구입 시 '특별약관' 내용 파악해야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국내 8개 여행사 및 9개 홈쇼핑사가 판매하는 해외 여행상품 426개의 약관을 조사한 결과 120개(28.2%)만 '국외여행 표준약관'을 사용했다. 나머지 306개(71.8%)는 특별약관만 적용하거나, 특별약관과 표준약관을 혼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 시 특별약관은 표준약관보다 우선 적용된다. 소비자가 불가피한 상황 때문에 여행을 취소하더라도 여행사들은 특별약관을 앞세워 표준약관이나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보다 높은 취소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는 것이다. 소비자원 측은 "여행사들은 패키지마다 특별약관을 내세우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표준약관으로 계약을 진행하는 게 좋다"고 전했다.
GS SHOP에서 판매 중인 베트남 패키지여행 상품권 계약 내용을 살펴봤다. 취소 규정에 따르면 '항공사의 요청으로 항공권이 여행 전 30일 전이라도 (고객 동의 하에 여행약관 제6조 특별약관으로 전환돼) 선(先)발권이 진행될 수 있다'고 돼 있다. 발권이 진행되는 동시에 표준약관은 특별약관으로 자동으로 변경된다. 이에 따라 배상기준이 달라져, 취소할 경우 수수료도 변경된다. 발권 이후 취소 시 계약서에 명시된 날짜별로 달라지는 '표준약관 수수료'에 항공 취소(발권에 따른) 수수료 10만원이 더해진다. 여행사의 귀책 사유(자연재해 등으로 비행이 어려운 경우 등)로 여행이 취소되더라도 같은 규정이 적용된다. 단, 여행 참가자 수가 미달일 경우는 여행 경비(상품 전액)가 환급된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취소 시 드는 수수료 금액이 높은 점에 대해 "고객의 여행 날짜 변경이 여행사 입장에서는 기존 계약을 취소하고 다시 계약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여행 출발이 30일 미만 남은 패키지를 급하게 구매하게 되면 변경이 더 어려울 수 있으니 여행 일자가 여유롭게 남은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하는 게 좋다"면서 "특가로 떴다고 충동적으로 구매하는 것보다 여러 변수를 고민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계약 내용에 포함된 '불포함 내역'도 살펴보는 것이 좋다. 패키지로 구매해 추가 비용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기사, 가이드 경비(1인당 지급), 추천 선택 관광 비용 등의 금액은 추가로 준비해야 한다. 또 계약 당시보다 환율이 2% 이상 인상 되거나 항공료가 5% 이상 올라갈 때에도 추가 금액을 내야 한다.
연도별 피해 구제 신청 건수를 보면 2021년 28건, 2022년 42건, 지난해 181건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119건이 접수됐다. 피해구제 신청 이유를 살펴보면 '출발 전 계약 해제 및 위약금 불만'이 63.8%(236건)으로 가장 많다. 이어 '계약불이행' 12.7%(47건), '품질·용역 불만' 8.9%(33건) 등 순이다. 특히 출발 전 계약 해제 및 위약금 불만 사건의 내용을 보면 상해·질병 등 '건강상의 이유'로 인한 계약 해제가 43.6%(103건)로 가장 많다. '소비자의 개인 사정'은 26.7%(63건)이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적용된 특별약관 내용이 표준약관과 어떻게 다른지 소비자들이 인지할 수 있게 정확하게 표기를 해야 한다"면서 "상담직원이 소비자에게 다른 점을 자세히 설명해 추후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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