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마을버스 기사 안돼, 국민 안전 달렸다"…브레이크 꾹 밟은 노동부

서울시가 외국인을 마을버스 운전기사로 채용하겠다며 고용노동부에 운수업에 대한 비전문취업(E-9) 비자 발급을 요청한 데 대해 고용노동부가 현재로서는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1일 연합뉴스는 노동부가 최근 이 같은 입장을 확정해 이번 주 국무조정실에 관련 내용을 회신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10월 말 국무조정실에 규제개혁 차원에서 E-9 비자 발급 대상에 '운수업'을 포함해달라고 건의했다. 현재 이 비자는 제조업, 농업, 축산업 등 비전문 직종에 취업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발급한다.
노동부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에 자격 또는 경력 등을 요구하는 전문 직종은 E-9 발급에서 제외하게 돼 있다"며 "버스 기사는 대형 면허를 취득한 후 1년 정도 운전해야 버스운전 자격증을 주는 업종이니 E-9을 발급하려면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이어 "특히 E-9은 사전에 채용해 들어오는 건데 그러려면 현지에서 딴 면허를 우리나라에서 허용해줘야 한다"며 "하지만 도로체계나 교통법규가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운영하긴 어렵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버스 운전은 대민 업무인 데다가 국민의 안전과 직결돼 의사소통 및 상황 대처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도 어려움이 있다"며 "현 시스템에서는 수용이 어렵고 장기 과제로 넘겨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9 비자 운용과 관련한 정책은 노동부가 담당하므로 국무조정실은 노동부에 먼저 의견을 물었고, 노동부가 이러한 입장을 밝힘에 따라 서울시가 가까운 시일 내 외국인 마을버스 기사를 채용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김문수 노동부 장관 또한 서울시 제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 등에서 "마을버스 기사는 단순 노동자가 아니다", "마을버스는 대형 운전면허와 버스 운전 자격증 등 두 개의 자격증이 필요하고, 언어소통 능력이 상당한 수준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도 이번 서울시 건의에 대해 "마을버스 기사들의 인력수급이 힘든 진짜 이유는 박봉과 격무 때문"이라며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급여 등 처우를 현실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노동부의 답변을 받은 뒤 "시는 기사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마을버스 업계의 요청을 받아들여 정부에 제도개선을 건의한 것"이라며 "비자 업무는 국가업무라 고용부의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마을버스 업계와 협력해 버스 기사의 처우개선, 원활한 기사 수급을 위한 모든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lboqhen.shop)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