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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오답노트] "인공지능, 그거 완전 거품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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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전기의 사례로 본 혁신의 조건 : 시간
1879년 발명한 전구, 보편화까지 70년
전기 덕분에 공장 구조 변경도 가능해져
컴퓨터도 "뭐가 달라졌느냐" 비판 시달려

편집자주인공지능(AI)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은 분위기가 됐습니다. 각종 상품·서비스 홍보에 AI가 안 붙는 경우가 없다시피 합니다.
직장인들도 힘듭니다. “야, 우리도 AI로 뭐 좀 만들어봐” 회사에서 쉽게 요구하는 이런 말 때문에요.
AI만 있으면 뭐든 대박이 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 AI의 세계는 무수한 실패의 연속이었습니다.
소위 AI로 대박 친 기업들은 0.1%의 사례에 불과합니다. 99.9%의 기업과 서비스는 실패했죠.
그러나 성공으로 가는 빠른 길 중 하나는 실패에 대한 연구입니다.
AI도 마찬가지입니다. 99.9%의 실패를 살펴보는 것은 0.1%의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AI 오답노트' 연재물은 AI와 관련된 제품과 서비스, 기업, 인물의 실패 사례를 탐구합니다.
ChatGPT(DALL E·3)로 생성한 이미지 ChatGPT(DALL E·3)로 생성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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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으로 세상이 당장이라도 뒤바뀔 것처럼 소란스럽지만, 당장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체감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과거 ‘닷컴 버블’처럼, AI 역시 허상에 불과하다는 ‘AI 거품론’이 수시로 수면 위로 올라오죠.
거품론이 그저 터무니없는 소리만은 아닐 겁니다. 2022년 11월 챗(Chat)GPT의 화려한 데뷔 이후, 수많은 AI 스타트업이 등장했고 막대한 투자가 이뤄졌죠. AI 기술 개발에는 천문학적인 돈이 듭니다. 영국 대형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빅테크 기업들이 2026년까지 AI 모델 개발에 연간 600억 달러를 지출할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그에 따른 매출은 약 200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오픈AI, 2029년까지 적자 전망…버텨낼 수 있을까
그 이전의 거품들처럼, AI도 조만간 거품이 터질 거라는 얘기가 적잖이 나옵니다. 과연 그럴까요. 그 이전의 거품들처럼, AI도 조만간 거품이 터질 거라는 얘기가 적잖이 나옵니다. 과연 그럴까요. 원본보기 아이콘
가장 성공적인 AI 기업이라고도 할 수 있는 오픈AI의 사정도 녹록지만은 않습니다. 정보기술(IT)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2024년 10월 10일(현지시간) 챗GPT의 개발사인 이곳의 적자가 2029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 매체가 입수한 보고서에 따르면, 오픈AI는 2029년 매출이 1000억달러(13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올해 예상 매출 37억 달러의 약 30배에 달하는 수준이죠.
그러면 적자 상황에서도 마침내 벗어날까요? 아닙니다. 1000억 달러의 엄청난 매출 규모에도 불구하고 적자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매년 매출이 늘어나고 있지만, 비용도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죠. 올해에만 50억 달러의 적자를 예상되고 있고, 특히 2028년까지 적자는 더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공지능이 혁명이라고? 그거 사기 아냐?”
이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죠. 기대했던 생산성 혁명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AI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생산성 관련 지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죠.
그럼에도 AI 혁명을 거품 또는 실패라고 규정할 순 없습니다. 기술의 역사는, 신기술이 초창기에 겪는 실패가 성공으로 가는 과정 중에 있음을 말해줍니다.
전기를 통해 돌아보는 혁신의 조건 : '시간'
전기가 발명되고도 보편적인 전력원으로 자리잡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전기가 발명되고도 보편적인 전력원으로 자리잡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원본보기 아이콘

1882년 9월 4일 오후 3시, 뉴욕 월스트리트 금융가에 전등불이 들어왔습니다. 에디슨이 건설한 세계 최초의 상업용 발전소 펄 스트리트 스테이션(Pearl Street Station)이 가동을 시작한 역사적 순간이었죠. 번쩍이는 역사의 시작은, 그러나 희미했습니다. 400개의 전구를 켤 수 있는 발전소였지만, 초기 고객은 85명에 불과했죠.
“전깃불이 폭발하고 온동네가 잿더미가 될 거다.
전기는 너무 위험하며 불필요한 기술이다.”
돈줄이던 은행들조차 고개를 저었습니다. 당시 주된 동력원은 증기기관이었습니다. 문자 그대로 ‘산업혁명’을 일궈낸 기술이었죠. 투자자들은 “증기 기관이면 충분하다”며 등을 돌렸습니다.
에디슨이 그보다 앞서 1879년에 발명한 전구도 굴욕의 역사를 안고 있습니다. 에디슨과 그의 지지자들은 전구가 세상을 즉시 바꿀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그들의 꿈과 시장의 반응은 너무나 달랐습니다.
1907년까지도 미국 가정의 8% 정도만이 전기를 사용했죠. 1925년이 되어서야 도시 가정의 절반 이상이 전기를 사용하게 됐습니다. 농촌 지역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1930년대 초반까지도 전기 보급률이 10%에 미치지 못했죠.
미국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농촌전기화사업을 거쳐 1950년대가 되어서야 전국적인 전기 보급이 완성됐습니다. 보편적 인프라로 자리 잡기까지 거의 70년의 세월이 걸린 셈입니다.
증기기관 밀어낸 전기…공장의 구조까지 바꿨다
1876년 콜리스(Corliss)사가 개발해 공개한 증기엔진의 모습. 뉴잉글랜드 무선&증기 박물관 홈페이지 1876년 콜리스(Corliss)사가 개발해 공개한 증기엔진의 모습. 뉴잉글랜드 무선&증기 박물관 홈페이지 원본보기 아이콘

산업 현장에서의 변화는 더욱 흥미롭습니다. 전기가 공장의 작동방식을 크게 개선할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아차린 건 1880년대였지만, 전기를 효과적으로 이용할 공장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는 40여 년이 걸렸습니다.
증기기관 시대의 공장은 심각한 비효율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거대한 중앙 증기기관에서 나온 동력은 긴 축과 벨트로 전달됐는데, 이 과정에서 무려 20~40%의 동력이 증발했습니다. 축과 벨트의 마찰, 진동으로 인한 에너지 손실이 불가피했기 때문이죠. 게다가 증기기관은 아침에 가동을 시작해서 충분한 증기압을 얻기까지 1~2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코드만 꽂으면 바로 모터가 돌아가는 지금 상황에선 상상하기 어렵죠.
공장 구조도 증기기관에 종속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거대한 보일러와 증기기관이 건물의 중심부를 차지했고, 모든 기계는 이 동력축 주변에 배치되어야 했습니다. 당시 공장들은 주로 4~5층의 복층 구조였습니다. 중력을 이용해 위층의 동력축에서 아래층으로 벨트를 연결하는 것이 효율적이었기 때문이죠. 건물 구조 자체가 동력 전달을 위해 설계된 겁니다.
현대의 자동화된 공장. 게티이미지뱅크 현대의 자동화된 공장. 게티이미지뱅크 원본보기 아이콘

전기 모터의 등장은 이 모든 제약을 해방시켰습니다. 전기를 도입하면, 동력원과 거리가 멀더라도 동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 각 기계에 개별 전기 모터를 설치하면서 동력 손실 문제도 해결되었고, 전원 연결만으로 즉시 가동이 가능해졌죠.
공장 설계의 철학도 바뀌었습니다. 기존 ‘동력 전달의 효율성’에서 ‘생산 공정의 효율성’으로 이동한 거죠. 기계는 이제 작업흐름(workflow)에 맞춰 자유롭게 배치될 수 있었습니다.
증기기관이라는 구조적 제약에서 벗어나자, 공장·작업장의 디자인과 작업흐름을 개선하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1920년에 이르러서야 전기 도입의 진정한 목적이 단순한 '연료비 절감'이 아니라, 혁신적인 공장 디자인을 통한 '생산성의 비약적 향상'이라는 점을 모두가 이해하게 됐습니다.
증기동력의 시대였다면 포디즘(Fordism)도 없었을 겁니다. 전기 모터를 이용해 유연한 조립 라인 구축이 가능했죠. 그 유명한 컨베이어 벨트도 일정한 속도로 통제할 수 있게 됐구요.
컴퓨터도 벗어날 수 없었던 '거품론'
1970년대 컴퓨터가 업무 현장에 도입되었으나 1976년부터 1990년까지 미국 경제의 생산성은 도리어 떨어졌습니다. 새로운 장비에 대한 대규모 투자, 기술과 조직의, 직원 재교육 등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1970년대 컴퓨터가 업무 현장에 도입되었으나 1976년부터 1990년까지 미국 경제의 생산성은 도리어 떨어졌습니다. 새로운 장비에 대한 대규모 투자, 기술과 조직의, 직원 재교육 등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원본보기 아이콘

개인용 컴퓨터(PC)의 역사도 이와 유사한 패턴을 보여줍니다. 1980년대 PC 보급이 확대되었지만, 생산성 향상은 미미했습니다. 기업들은 엄청난 비용을 들여 컴퓨터를 도입했지만, 대부분의 직원은 이를 단순한 타자기 정도로만 활용했죠. 당시의 지배적 비판은 다음과 같은 말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컴퓨터의 시대라는 건 어디에서나 관찰할 수 있다. 단, 생산성 통계에서는 빼고
(You can see the computer age everywhere but in the productivity statistics).”
1987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솔로(Robert Solow)가 남긴 유명한 말입니다.
변화는 1990년대 중반 시작됐습니다. 바로 ‘인터넷’의 등장하면서부터죠. 이메일, 내부망, 전자상거래 등이 등장하면서 컴퓨터는 단순한 문서작성 도구에서 커뮤니케이션과 비즈니스의 핵심 플랫폼으로 진화했습니다. 네트워크에 연결된 컴퓨터들의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죠.
신기술이 실패를 딛고 일어서기 위한 필수조건 : 시간
'AI 4대 석학' 중 한 명이자 AI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앤드류 응은 AI를 '전기'에 비유했습니다. 'AI 4대 석학' 중 한 명이자 AI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앤드류 응은 AI를 '전기'에 비유했습니다. 원본보기 아이콘

전기, 컴퓨터 등 역사적 사례들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혁명적 기술이 그 잠재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시간'이라는 요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죠. 막연히 기다리는 시간이 아니라, 사회가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의미합니다.
AI를 통한 혁명 역시, 컴퓨터와 전기의 사례에서 보듯, 기존 생산 시스템과 생산 구조의 근본적인 개혁을 필요로 합니다. 인프라의 구축, 보완적 기술의 발전, 조직과 제도의 변화, 사용자들의 학습과 적응 등이 모두 이 과정에 포함되죠.
현재 AI도 이러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의 등장은 마치 초기 전구나 PC의 발명과 같은 단계일 수 있습니다. AI 혁명은 이제 걸음마 단계일 뿐이며, 우리 사회가 AI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활용하는 방법을 터득하기까지는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전기가 단순한 조명 수단을 넘어 산업 혁신의 동력이 되었듯이, AI 또한 단순한 작업 자동화 도구를 넘어 우리의 일하는 방식과 사회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입니다.
구텐베르크는 인쇄기를 발명하고 몇 년 만에 파산자가 되어 쓸쓸히 눈을 감았습니다. 그러나 그의 인쇄기는 중세 어둠의 장막을 걷어내고 지식 혁명을 촉발시켰습니다. 우리는 그 수혜를 누리고 있죠. 현재의 제한적 영향만을 보고 AI 혁명을 판단하는 것은 성급한 처사일 수 있습니다. 역사는 우리에게 ‘혁명적 기술의 진정한 가치는 시간을 통해 서서히, 그러나 확실히 드러난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다음 연재 예고
④AI, 도입만 하면 다 될거라는 생각 (12월1일)
⑤우리는 왜 공항에서 시간을 낭비할까 (12월7일)
⑥"우리도 그 AI로 뭐 좀 만들어봐"라는 상무님(12월8일)




김동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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