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창설 70년 역사 '첫 순경 출신' 청장 영예
승진기간 단축, 속진형 간부후보제 등 능력별 인사
글로벌 해상치안기관 위상 제고 힘써
김종욱 해양경찰청장(56)이 최근 펴낸 회고록에는 해양경찰의 수장으로서,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는 바다를 항상 주시해야 하는 긴장감과 무거운 책임감이 녹아있다. 1987년 해경 전투경찰 시절부터 37년을 바다와 함께했지만, 해경청장으로서 맞닥뜨렸을 바다는 더 엄중했기에 지난 2년여의 시간이 녹록지 않았음을 짐작케 한다. 그는 해경 창설 70년 역사에서 '첫 순경 출신' 청장이다.
"'최초'라는 타이틀은 개인적으로 영광이지만, 동시에 '좋은 선례'가 돼야 한다는 해경 안팎의 기대에 어깨가 무거웠죠. 임기가 언제 끝나든 연연하지 말고 '기본에 충실하고, 현장에 강한' 해경을 만드는 데 힘을 쏟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순경 때부터 여러 부서에서 근무한 경험으로 조직을 좀더 이해할 수 있었기에 자신감을 가졌습니다."
해양경찰청은 2014년 박근혜 정부 시절 세월호 구조 실패 책임을 지고 조직이 해체된 아픔이 있다. 뒤이어 2022년에는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수사결과를 1년 9개월 만에 뒤집어 논란이 일면서 감사원 감사와 간부 공무원들의 징계로 조직이 또 한번 위기를 겪었다. 이 여파로 해경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컸고, 직원들 간 갈등과 사기 저하도 만연했다. 지난해 1월 청장 취임 후 그 어느 때 보다 조직 쇄신이 필요했던 이유다.
김 청장은 더 강인하고 튼튼한 해경을 만들기 위해 각종 사건·사고는 경찰서나 지방청 등 현장에서 중심을 잡고 처리하고, 본청은 이를 지원할 수 있도록 정책·기획·예산 업무 위주로 개편했다. 해양에서 발생하는 선박 안전사고, 주권 침해, 각종 해상범죄의 대응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종합상황실을 경비국 소속에서 차장 직속부서로 개편했으며, 종합상황실장을 경무관으로 격상하고 경정 계급이 맡던 상황관리팀장에 '복수직급제'를 도입해 총경을 앉혀 일사불란한 상황지휘 체계가 이뤄지도록 했다.
김 청장 재임동안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인사 제도다. 승진에 필요한 계급별 최소 근무 기간을 줄여 순경에서 경무관까지 16년 이상 걸리던 것을 11년으로 5년 단축했으며, 심사 승진시 연차에 따라 자동으로 누적돼 조직의 경직성을 더하는 경력평정의 반영비율도 30%에서 20%로 줄였다.
또 경사 계급의 직원을 선발해 간부후보생들과 함께 1년간 교육하고 경위로 임용하는 '속진형 간부후보제'를 도입했다. 근무평정을 바탕으로 한 심사승진이나 개인 지식을 평가하는 시험승진과 달리 업무 성과와 역량에 따라 승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김 청장이 그러했듯이, 순경 출신의 능력있는 직원이 고위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지고,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점에서 해경 내부의 기대가 크다.
해경청은 글로벌 해상치안기관으로 위상을 높이는 데도 힘을 쏟았다. 해양안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내외 해양치안기관들과 양자·다자회의를 갖거나 퇴역 경비함정 양여, 외국 해양치안기관 공무원 초청 연수 등 다양한 형태로 관계를 이어왔다. 특히 한국·중국·일본 등 22개 국가가 회원국인 제20차 아시아 해양 치안기관장회의(HACGAM)가 해경청 주도하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려 주목받았다.
김 청장은 "우리 국적 선박들과 국민의 해상안전은 물론 마약·밀수·밀입국·해상 사이버범죄 등 초국가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선 외국 해양치안기관과 교류·협력이 절대적"이라며 "인도-태평양 지역에 관여를 확대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에 대한 중요성을 고려해 내년엔 영국, 프랑스 등과 해양협력이 강화되길 바란다"고 했다.
다음 달 말이면 임기 2년을 채우는 김 청장은 어떤 수장으로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 "칠흑같은 바다에서 수색·구조 활동에 애쓰는 구조대원들이 추위에 제대로 입고, 먹고 있는지를 살피는 세심함이 있으면서 해난사고 등 위기 시 현장 대응력이 뛰어난 지휘관으로 기억되면 행복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퇴임 후에는 해양경찰이 되기 위해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고 해양경찰의 특수성을 알려주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해 자연인으로 돌아가서도 늘 대한민국 해양경찰과 함께 할 것임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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