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손모빌은 최근 탄소중립 관점에 있어 국제에너지기구(IEA)와 대조를 이루고 있는 글로벌 석유수출국기구(OPEC) 카르텔에 합류했다. OPEC 카르텔은 탄소중립 움직임에 따른 친환경 산업 확산에도 석유, 가스 수요는 견조할 것으로 보는 반면, IEA 측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화석연료 과잉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는 점에서 입장 차가 나고 있다.
이 같은 논쟁은 지난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도 치열하게 벌어졌다. 오는 11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는 제29차 총회에서도 논쟁이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2015년 파리협정에 서명한 세계 정부들은 순 제로 배출 목표를 달성하려면 석유와 가스 생산량을 대폭 줄여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한때 OPEC과 협력했던 IEA는 이에 동참하기로 하며 화석 연료에서 청정 에너지로의 가속화된 전환을 촉구했다. 파티흐 비롤 IEA 전무이사는 지난해 청정 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2조달러로 증가한 것을 기념하면서 석유 및 가스 기업을 향해 "사업 계획을 살펴보라"고 강조했다. 향후 10년 동안 화석 연료 생산의 엄청난 과잉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이에 대해 빅 오일(거대 석유 업계)은 예민하게 반응했다. 가장 먼저 반발한 사람 중 한 명인 하이탐 알 가이스 OPEC 사무총장은 "석유는 세계적 번영을 촉진하고 에너지 안보를 유지하는 데 있어 대체할 수 없는 요소"라고 말했다. 인구 증가와 도시화가 모든 형태의 에너지에 강력한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다. 그는 "2000년 이래로 '깨끗한 에너지로의 전환'에 9조5000억달러가 투자됐지만, 오늘날에도 풍력과 태양광은 에너지 사용량의 4%에 불과하고 전기 자동차는 전 세계 도로에서 운행되는 차량의 3%에 불과하다"고도 말했다. 이 같은 점을 미뤄볼 때 석유와 가스에 대한 수요가 강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그는 "파리협정은 석유 수요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최근 엑손모빌은 2050년까지의 글로벌 전망을 발표했다. 보고서는 "어떤 신뢰할 만한 시나리오에서도 석유와 천연가스는 필수적"이라고 주장하며 2030년부터 수요가 하루 1억배럴 이상으로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엑손모빌은 보고서에서 이에 따라 석유에 대한 강력하고 지속적인 투자가 필수적이며 그렇지 않으면 석유 및 가스 공급이 연간 약 15%씩 감소해 2030년까지 하루 3000 배럴 미만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감소는 유가가 400% 폭등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도 밝혔다. 석유와 가스의 미래와 깊은 이해관계가 있는 OPEC과 엑손모빌이 이렇게 말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반면 영국 석유업체 BP는 훨씬 더 신중한 관점을 취하고 있다. BP에 따르면 현재 탄소 배출량 감축 궤적은 2050년까지의 순 제로 배출 목표에 도달하는 데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화석 연료 배출량을 급격히 줄이지 않으면 탄소 예산이 2040년대에 고갈될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한다.
엑손모빌과 OPEC 회원국은 화석 연료 부문의 탄소 배출 문제가 탄소포집 및 저장기술(CCUS)을 개발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다고 믿는다.
탄소포집의 미래에 대한 이들의 믿음이 옳은지는 중요하지 않다. 지난해 11월에 발표된 로이터 보고서를 보면, CCUS와 관련된 상업적 프로젝트는 42개에 그쳤다. 이 중 30개는 석유 회사가 노후 유정에서 추출량을 늘리기 위해 개발했으며 영구 저장으로 이어지는 프로젝트는 12개에 불과했다. 이 프로젝트들을 합치면 4900만t의 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용량이 생긴다. 이는 전 세계 산업 관련 배출량 370억t의 약 0.13%에 해당한다. 석유 및 가스 산업의 탄소중립 관점은 탄소포집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으며 현재의 접근 방식은 '환상'에 불과하다.
지난해 9월 블룸버그 보고서에서 탄소포집 산업이 스스로를 증명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주장한 것을 반영해 IEA는 2030년까지 연간 10억 t의 탄소를 추출해야 한다고 계산했다. 그러나 이미 운영 중이거나 투자가 약속된 용량은 포집 목표의 20%, 저장 목표의 15%에 불과하다. IEA는 "더 큰 야심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진전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5월에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의 두 가지 주요 프로젝트, 특히 가스 화력 발전소에서 300만t의 탄소를 포집하기 위한 앨버타의 24억 캐나다달러(18억달러) 규모의 CCUS 프로젝트가 폐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와 가스의 미래 역할에 대한 견해 차이가 크고 OPEC과 석유회사의 로비가 노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다가오는 유엔 기후 회의에서 격렬한 논쟁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데이비드 도드웰 홍콩-APEC 무역정책연구그룹 이사
이 글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칼럼 'Big Oil threatening to turn Cop29 into fight over industry’s future'를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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