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을 대상으로 한 중국의 최근 무비자 입국 조치를 놓고 중국 외교 기조가 변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이달 우리나라를 비롯한 29개국을 대상으로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고, 며칠 전에는 무비자 대상국을 9개국 더 늘렸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도 평화적 공존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시 주석은 이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공통점을 찾고 서로 다른 점은 그대로 둔다'는 뜻의 '구동존이'(求同存異)를 언급하는 등 협력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이에 더해 이른바 '사드 사태' 이전인 2014년 7월 방한 후 10년 넘게 우리나라에 발길을 끊었던 시 주석이 내년 방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이 최근까지도 노골적인 중국식 강압 외교를 뜻하는 이른바 '전랑(늑대전사) 외교'를 앞세우며 일본, 호주, 노르웨이 등과 날을 세우던 모습에 비춰보면 급격한 정책 선회다.
주변국과 관계 개선에 나서려는 중국의 갑작스러운 변화의 배경으로는 두 가지 요인이 꼽힌다. 대(對) 중국 강경책을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란 외부 변수, 침체의 늪에 빠진 중국 경제란 내부 변수가 대외정책 변화를 이끌어 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트럼프 2기의 외교·안보 정책 라인을 살펴보면 향후 몇년간 대 중국 압박 수위는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국무장관을 맡게 될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일하게 될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 모두 대중 매파다. 루비오 의원은 중국의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틱톡 금지법 제정을 주도했다. 왈츠 의원 역시 "우리는 중국 공산당과 냉전 중"이라며 유럽, 중동과의 갈등을 끝내고 중국의 더 큰 위협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대중 견제에 있어 전면적인 경제·무역 디커플링(탈동조화) 보다는, 동맹·파트너와 협력해 첨단기술 등 리스크 요인을 선별해 압박하는 '좁은 마당, 높은 울타리' 전략을 폈다. 반면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60% 부과 등 보다 거칠고 전면적인 방식으로 대중 압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그는 내년 1월 취임 후 중동 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빠르게 매듭지은 뒤 대부분 군사·외교적 역량을 중국 압박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상대가 되지 못하는 중국 입장에선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 다자간 연합을 토대로 미국의 압박을 이겨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불경기 또한 중국 정책 기조 변화의 주된 이유 중 하나다. 중국은 올해 3분기 경제 성장률이 4.6%에 그치며 연간 목표인 5% 내외 성장률 달성에 비상등이 켜졌다. 높은 청년 실업률, 지방정부의 천문학적 부채, 자산 불평등 심화 등 각종 문제도 산적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높아진 전 세계적 반중 정서, 글로벌 분쟁 심화에 따른 지정학적 불확실성도 중국을 어렵게 한다. 결국 중국의 대외 정책 기조 변화는 글로벌 협력과 같은 이상적인 목표에 기반한 것이 아닌, '중국몽' 달성이 어려워지며 외통수에 몰린 내외부적 상황 때문이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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