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태평양 건너편(중국)의 상황은 완전히 달랐다. 2020년만 해도 전체 시장의 5% 수준에 그쳤던 전기차 및 플러그인 자동차는 지난 10월 전체 판매량의 49.8%를 차지했다. 상위 판매 10개 모델 중 전기차 또는 플러그인 자동차가 아닌 차량은 1개 종뿐이었다. 무역 파트너들의 관세 위협조차 제조사들의 글로벌 야망을 늦추지 못했다. 더 나아가, 스마트폰 제조사까지도 단기간에 전기차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부상했다.
중국 시장에서 기본가격 21만5900위안(약 3만달러)부터 판매되는 전기 스포츠카 SU7(Speed Ultra 7·중국명 쑤지)은 속도 면에서 포르셰 타이칸을 능가한다. 하지만 가격 측면에서는 미국 시장에서 도요타 캠리를 구입하는 값과 비슷하다. SU7의 폭발적 판매에 힘입어 샤오미의 3분기 매출은 기대치를 웃돌았다. 주가 역시 SU7 출시 후 거의 두 배 뛰었다.
전기차 시장에 진출한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사는 샤오미뿐만이 아니다. 몇 년 전만 해도 화웨이와 협력을 준비 중이던 스프링 및 충격흡수기 공급 업체 충칭소콘자동차그룹에 대해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제 이 기업은 세레스 기업으로 이름을 바꾸고 화웨이와 함께 AITO 브랜드로 전기차를 생산 중이다.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중국에서 다섯번째로 큰 자동차 제조사이며 이는 일본의 닛산, 스바루, 마쓰다자동차를 합친 규모를 웃돈다.
중국에서 자동차 제조업은 좀 더 상대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이다. 화웨이는 다른 3개 주요 현지 제조사와도 세레스와 유사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이를 통해 자사를 전통적 자동차 제조사들이 네 바퀴에 얹을 수 있는 스마트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소매 전문성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내세우고 있다. 또한 화웨이는 니오의 차량을 생산하는 안후이장화이자동차그룹과도 손잡고 고급 다목적 차량의 출시를 준비 중이다. 샤오미의 경우 현재 SU7을 자체적으로 생산 중이나 초기만 해도 베이징자동차그룹(BAIC)과 협력해 개발했었다.
가장 아이러니한 측면은 중국 업체들의 이러한 파트너십 스와핑이 바로 애플이 선구적으로 구축했던 모델을 닮았다는 점이다. 1998년부터 공급망 전문가로 활약해온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초기 아이맥 데스크톱 컴퓨터 생산을 콜로라도, 캘리포니아 공장에만 의존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여러 대륙에 걸친 광범위한 네트워크로 전환했다.
여기서 핵심은 제품 조립이 수익성이 낮은 단순 노동에 불과하더라도, 설계는 엄청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애플은 제조 부문을 세레스, JAC, 폭스콘 등과 같은 기업에 아웃소싱하고 자사가 가장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 정책은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이 교훈을 진정으로 받아들인 것은 애플 그 자신이 아니라 중국 자동차 산업이었다. 결론적으로 애플의 자동차 프로젝트 실패는 지난 10년 반 동안의 미 산업 전략 실패를 보여주는 축소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첫 임기에 구축됐던 광범위한 보호무역주의를 생각해보자. 790억달러 규모의 관세로 미 가정에 625달러의 세금 부담이 추가됐다. 2012년 전체의 64%였던 애플의 해외자산 비중은 올해 22%로 급감했다. 미국 정부는 중국이 첨단기술 강국이 되는 것을 막고 제조업 일자리를 자국으로 되돌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한 추가 관세도 고려해보라. 이는 500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며 거의 70만개에 달하는 미국 내 일자리를 없앨 수 있다. 이 수치는 2017년 1월 이후 만들어진 제조업 일자리 50만7000개를 훨씬 웃돈다.
이 모든 것이 무엇을 이뤄냈을까. 현재 중국은 전 세계가 동경하고 두려워하는 전기차 산업을 갖고 있다. 반면 애플이 자체적으로 전기차를 만들고자 했던 시도는 시작 단계도 벗어나지 못했다. 정말 그만한 가치가 있었을까?
데이비드 피클링 블룸버그 오피니언 칼럼니스트이 글은 블룸버그의 칼럼 ‘Apple Should Have Learned a Chinese Lesson on EVs’를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블룸버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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