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은 한 주가 지났다고 크게 다르지 않다. 진보매체 워싱턴포스트(WP)에는 ‘해외 이주를 꿈꾸고 있나요? 5개국 이민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요’라는 제목의 기사가 조회수 상위를 기록 중이다. 대선 결과를 둘러싼 분열과 갈등의 한 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올가을 휴가 기간 현지에서 만난 공화당 지지자들은 오하이오주에 정착한 아이티 이민자들이 이웃의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을 반복하는 것은 물론, 이웃에 독을 풀고 있다는 주장마저 쏟아냈다. 극단적 반응은 민주당 지지자라고 크게 다를 것도 없었다. 결국 경쟁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마저도 이번 대선 캠페인 막판에는 트럼프 당선인의 뉴욕 유세를 ‘나치 집회’에 빗대며 ‘혐오’를 부추기는 파시스트 공세에 나서지 않았던가. 브루킹스연구소는 "폭력적 수사가 쏟아지고 정적을 악마화하고 있다. 이러한 선동적 발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며 "극단주의가 확대되고 있다"고 올해 대선 분위기를 요약했다.
정치 성향을 떠나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번 대선 결과에서 확인된 분명한 사실은 ‘미국인들이 변화를 원했다’라는 점이다. 그리고 민주주의는 이런 국민들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다만 현시점에서 경계해야 할 부분은 이번 대선을 지배하다시피 한 극단적 혐오정치가 남길 후유증이다.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했다는 한 NYT 칼럼니스트가 남긴 ‘나의 선언문(매니페스토)’은 그렇기에 눈길을 끈다. 선거 결과를 받아들일 것, 권력의 감시자가 될 것, 인간의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조직 및 단체들을 지원할 것,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을 받아들이고자 노력할 것…. 갈수록 혐오 정치가 심화하고 있는 한국에도 필요한 선언문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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