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생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기야 하겠냐만, 상위 인재들이 의대로 빠져나가면 결과적으로 평균적인 공대생의 경쟁력이 뒤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러한 추세가 길어지면 공대생을 많이 채용하는 기업의 경쟁력도 서서히 하락할 것이란 위기의식을 전한 셈이다. 그렇다고 의대에 몰리는 학생들을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업에 다니고 있는 전문 기술 인력마저 해외로 이직하는 사례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인재가 사라지는 현상은 공대에 국한된 문제도 아니다. 머지않은 미래 사람을 뽑는 것 자체도 어려워질 조짐이다. 생산가능인구가 급감하고 있어서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지난 5월 내놓은 연구 결과를 보면 15세에서 64세까지 생산가능인구는 2023년 3657만명에서 2044년 2717만명으로, 20년 동안 무려 1000만명이나 줄어든다고 한다.
지금 주변에서 일하는 근로자 4명 중에서 1명이 사라진다고 상상해보라. 남은 사람들이 일을 더 해야 하는지, 아니면 해야 할 일을 줄여야 하는지 선택의 시간이 다가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더는 '52시간'이나 '주6일' 근무처럼 생산성이나 효율성을 운운할 문제가 아니게 될 것이다.
생산 가능한 인적 자원을 지속 가능하게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는 기업 만의 과제는 아니다. 국가적으로도 심각하게 다뤄야 할 사안이다. 국가전략기술로 점찍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첨단 모빌리티 등 대부분 분야에서 전문 기술직이 필수다. 인공지능(AI)이나 로봇이 사람을 속속 대체하고 있다지만, 그것을 만들 사람이 먼저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생산가능인구의 절벽은 소비 활력을 떨어뜨리고 내수시장이 무너지는 장기 저성장의 '슈링코노믹스(shrinkonomics·축소경제)'를 불러올 것으로 우려된다. 누구나 알고 있으며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일이지만, 누구도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우리 앞을 가로막은 이 '회색 코뿔소'를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사육사는 현 정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아 안타까울 뿐이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젊은 인재를 키워내고, 이들을 품어줄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는 길을 더 늦기 전에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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