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혁명과 전력기기 호황…'슈퍼 사이클'
미래 내다본 현명한 투자, 달콤한 결실로
구리상승과 환율 부담, 대세에는 지장없어
HD현대일렉트릭은 HD현대그룹의 전력기기 및 에너지솔루션 계열사다. 2017년 HD현대중공업의 전기전자시스템사업본부가 인적 분할되어 나온 회사다. 주요 제품으로 전력변압기, 고압차단기 등 전력기기와 배전반, 중저압차단기 등 배전기기, 전동기를 포함하는 회전기기 등이 있다.
7년 만에 훌쩍 커버린 아우는 이제 큰형도 넘본다. 3일 현재 시가총액 10조4897억원으로, 그룹 내 시총 1위인 HD현대중공업(11조7002억)을 바짝 추격 중이다. 폭발적인 성장에 시장도 분석하느라 바쁘다. 증권사들은 올해 들어서만 여러 차례 HD현대일렉트릭의 목표가를 줄곧 상향했다. 이렇게 눈높이를 올리는데도 주가는 '도장깨기'를 하듯 연일 최고가다. 지난해 리포트를 내는 것조차 포기했던 몇몇 이차전지 종목과 달리 "아직은 설명할 수 있는 영역(삼성증권)"으로 보고 있다. 상상인증권이 목표가로 36만5000원을 제시하는 등 30만원 이상으로 목표가를 잡은 증권사도 줄줄이 등장하고 있다. 또한 최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 구성 종목에 신규편입됐다. MSCI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패시브(지수 추종) 자금 유입도 기대되고 있다.
AI 혁명 직격탄…전례 없는 '슈퍼 사이클'
나민식 SK증권 연구원은 "전력기기 호황 사이클이 이어지면서 수주잔고, 매출액, 영업이익 모두 성장이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HD현대일렉트릭의 실적은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업황 부진에 시달렸던 2019년 1567억원의 적자를 낸 이후 영업이익 규모가 2020년 727억에서 지난해 3152억원으로 4배 가까이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 역시 독립법인 출범 이후 사상 최대(2조7028억)였다. 올해 영업익은 5000억원 안팎이 예상된다. 수주잔고 역시 '역대급'이다. 2021년 2조4204억, 2022년 3조5269억, 지난해 5조4760억원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잔고가 폭증하고 있다.
북미·중동 쌍끌이, 5년치 주문 밀렸다
미국은 세계 최대 변압기 시장이다. 수요 역시 유달리 높은 상황이다. AI 데이터센터로 인한 수요뿐만 아니라 노후한 산업용 변압기를 새것으로 바꿔야 할 시기가 왔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산업용 변압기 중 33% 이상은 30년 이상 사용됐으며, 수명을 고려할 때 이제 교체해야 한다. 전체의 3분의 1 정도를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덕분에 일감이 몰려들어 HD현대일렉트릭의 미국 공장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있다. 미국 수주잔고가 지난해 말 기준 23억9000억달러(약 3조2500억원)에 달한다. 대략 5년 치 주문이 쌓였다. HD현대일렉트릭은 앨라배마 공장의 조립공간을 확충해 폭증하는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구리 가격 상승과 환율 리스크 부담 존재
환율 역시 수출 비중이 높은 HD현대일렉트릭의 수익성과 직결된다. 1분기 영업익 128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78% 성장한 이유 중 하나도 고환율 덕분이었기 때문이다. 1분기 실적이 직전 분기(전년도 4분기)보다 좋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HD현대일렉트릭은 하반기 중 금리 인하가 발생할 경우 원·달러 환율이 낮아지면서 실적이 상반기보다 축소되는 '상고하저(상반기에 좋았다가 하반기에 나빠짐)'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한국산 제품에 대해 공정가격 이하로 판매되고 있다는 이유로 10년 넘게 부과하고 있는 반덤핑 관세 역시 부정적인 요인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14.95%의 관세를 부과받고 있다. 다른 한국 업체도 10% 이상이다.
다만 전력기기 수요 자체는 견조하게 유지될 것이기 때문에 호황이라는 대세에는 지장이 없으리라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북미와 중동 시장 대호조를 바탕으로 1분기 수주가 전년 대비 81% 성장했다"며 "올해 상저하고 흐름을 보이더라도 1분기 수주가 워낙 대호조라서 웬만해서는 올해 사측의 가이던스(자체 실적 전망치)를 초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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