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 끝내고 계가, 프로바둑에서는 드물어
패배를 받아들이는 프로기사 자세와 연관
요행을 바라기보다 명예를 지키는 선택
프로바둑의 세계에서도 만방이 나올 수 있을까. 프로기사가 날카로운 공격력을 토대로 상대 대마를 잡는다면 그런 장면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실제로 프로기사의 대국에서도 대마가 잡히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그러나 대국이 끝나고 계가(計家)가 이뤄질 때 만방이 현실화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국기원 기록을 분석해 보면 4월1일부터 15일까지 328번의 대국이 이뤄졌다. 두 기사가 대국을 끝낸 뒤 계가를 통해 우열을 가린 횟수는 15.4%(57번의 대국)에 불과하다. 바둑 열 판을 두면 여덟 판은 계가 없이, 불계승 등으로 승부가 갈렸다는 의미다.
바둑 한판에 거액의 상금이 왔다 갔다 하는 세계 메이저 대회는 상황이 다를까. 지난해 11월 끝난 ‘202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대회를 살펴보면 의문이 풀린다. 당시 16강부터 결승전(3번기)까지 모두 17번의 대국이 이뤄졌다. 계가까지 간 승부는 단 한 번에 불과하다. 대국의 94.1%는 계가 없이 승부가 끝났다.
대다수 프로기사는 패배 상황에서 요행을 바라기보다는 명예를 지키는 선택을 한다. 당장의 패배는 쓰리지만, 피한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패배를 수용하는 자세에는 삶의 철학이 녹아 있다. 고개를 숙여야 할 때 숙일 줄 아는 사람이 결국 재도약의 기회를 얻는다는 인생의 교훈. 바둑의 세계에만 국한되는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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