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상흔 보듬으려는 종교 본연의 태도 담아
반일 논쟁, 치유에 도움 안돼
일련의 과정은 땅을 파헤치는 행위로 나타난다. 의뢰인은 친일파 관료의 손자 박지용(김재철). 산소가 훼손돼 자손들이 안 좋은 영향을 받는다고 믿는다. 풍수사 김상덕(최민식)은 대번에 악지(惡地)임을 알아챈다. 잘못 손대면 줄초상이 날 수 있다며 착수를 거절한다. 하지만 간곡한 한 마디에 마음을 고쳐먹는다. "제 아들 좀 살려주세요."
후반부에 등장하는 오니(일본 요괴)를 빼닮은 정령도 사후에 이용당하기는 매한가지다. 북쪽으로 전진하라는 대사와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참수당했다는 설명에서 고니시 유키나가가 연상된다. 어릴 때 가톨릭에 입교해 아우구스티노라는 세례명을 받은 다이묘다. 종교적 믿음을 이유로 할복을 거부해 비웃음의 대상이 됐다. 목은 베어져 높은 곳에 걸리고, 몸은 따로 매장됐다고 전한다.
'파묘'에서 정령은 다이토구에 안장되나 일제강점기에 파헤쳐져 강원도 고성으로 온다. 척추에 칼이 꽂힌 채로 관에 봉인돼 쇠말뚝이 된다. 전사(历史)에 담긴 비통과 수모는 반일 주의와 거리가 멀다. 그것이 사라진다고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오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맞섰던 이들은 하나같이 후유증을 겪는다. 김상덕은 상처가 아물지 않고, 장의사 고영근(유해진)은 장례에 집중하지 못한다. 무당인 이화림(김고은)과 법사인 윤봉길(이도현)도 환영에 시달린다. 일제의 잔재를 없앴으나 민족적 상흔은 가시지 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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