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 과정에서 그게 확인됐는데, 정작 당사자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A씨는 결혼 준비 자금인 3000만원을 현금으로 뽑아 전달하기 직전이었다. 처음에는 범죄에 노출됐다는 경찰 설명을 믿지 않았다가, 가족까지 동원한 끝에 겨우 설득할 수 있었다.
교육 수준이 높거나 지식이 뛰어나다고 해서 보이스피싱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이는 보이스피싱 범죄가 날로 조직화·전문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나 걸려라’식의 수법은 옛날얘기다. 사회·경제적 상황에 맞게 각본을 다듬고, 개인별 맞춤형 시나리오까지 설정해 접근한다.
그런데도 보이스피싱 범죄가 발생하면 피해자의 경솔함을 탓하는 게 일반적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은 모두 "당한 내가 잘못이지"라면서 자책했다.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은 "누구한테 말도 못 했고, 이젠 전화만 와도 불안하다"며 "1년 정도가 지났는데 여전히 우울증 약도 먹고 있다"고 털어놨다. 심지어 자살까지 생각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
이제는 피싱 범죄 사전예방과 함께 피해 구제의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도록 금전적 회복과 심리적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 문제는 심리적인 트라우마를 극복하도록 돕는 사업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보이스피싱에 관한 현재의 사회적 안전망은 이처럼 엉성하다.
피해자들이 보이스피싱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다시 일상에 복귀하기 위해서는 심리적인 치료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입체적인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꼭 봐야할 주요뉴스
'콧물날 때 먹는 거 아니었어?'…심각한 위협된다...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lboqhen.shop)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