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시대에 '아이 갖겠다'는 난임 부부들
정부, 컨트롤타워로 전면 나서야
기획 기사 '난임상경기' 취재 중 만난 한 난임 전문의가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정부가 저출산 해결에 동분서주하는 상황에서 시간과 돈을 써가며 아이를 갖겠다는 의지를 가진 난임 부부가 그만큼 대접받아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는 예비군 훈련 가면 근무 시간을 빼주는 것처럼 난임 치료 역시 사회적 배려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난임이 우리 삶의 페널티가 돼선 안 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인터뷰 중 만난 김명희 한국난임가족연합회 회장이 발언한 것처럼 한국은 "난임을 만드는 사회"가 됐다. 일자리를 구하느라 치열한 경쟁을 하다 보니 결혼이 늦다. 아이를 키울 수 있을 정도로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마련하려고 돈 모으느라 시간이 순식간에 흐른다. 가임력에 나이가 핵심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다. 아이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할 즈음 많은 부부가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난임 치료 대열에 줄 서게 된다.
하지만 주체가 다양해질수록 난임 치료 인프라 구축의 정교함은 흔들린다. 여느 의료 인프라가 그러하듯 난임 병원도 수도권에 집중해 있다. 원정 치료에 나선 지방 난임 부부는 지역 간 의료 불평등을 겪지만, 이를 보완할 정책적 지원이 보이지 않는다. 2022년 지방 이양된 시술비 지원 사업은 지자체의 재정 상황에 따라 제각각이다. 중앙 정부에서는 통계마저 일괄 관리하지 않는다. 그렇게 난임 지원 정책의 '빈틈' 속에서 치료받는 난임 부부들은 체력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고통 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난임 부부 지원'을 10대 공약 중 하나로 내놨다. 곳곳에서 쏟아내는 무차별적인 난임 지원으로는 저출산 시대의 진정한 해법을 찾지 못한다. 중앙 정부가 컨트롤타워로 전면에 나서서 난임 부부의 어려움을 구조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라는 큰 틀에서 체계를 갖추고 질적인 지원을 만들어내야 그나마 사태 해결에 한발 다가갈 것이다. '재앙'이라고 할 만큼 절박한 상황에 놓인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면 난임 부부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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