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법조계 총 109명 참여
엑소더스 막으려면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명시해야
소송 남발 재계 우려에 대해선 "과장"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28일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상법 개정 완수 촉구' 기자회견에서 "거버넌스의 문제가 자본시장 일부 조항을 바꿔선 해결되기 어려운 뿌리깊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남우 회장은 한국 증시가 주요국 중 세계 '꼴찌' 수준인 데에는 주식회사로서의 기업 시스템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이남우 회장은 "지금 한국의 자본시장이 활력을 잃고 경제가 신성장 동력을 잃어가는 가장 큰 이유는 너무나 당연한 주식회사의 기본 메커니즘이 돌아가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기업의 후진적 거버넌스가 기업의 제값 받기를 어렵게 한다고 본 것이다.
이날 포럼이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도입 완수를 촉구하는 범 투자자 및 시민사회 일동' 명의로 발표한 긴급 성명에는 금융계와 법조계 등 총 109명이 참여했다. 성명엔 조재민 신한자산운용 대표 등 국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와 네덜란드 연기금 등 해외 기관 관계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 21일 삼성, SK 등 16개 그룹 사장단이 상법 개정에 반대하며 긴급 성명을 낸 데 대해선 "상법에 회사의 주인인 전체 주주 권익 보호를 넣는 것이 어떻게 기업의 규제인가"라며 "헌법에 대통령 직선제를 규정하면 정부에 대한 규제냐"며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상법이 아닌 자본시장법 개정이 또 다른 문제를 야기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천준범 거버넌스포럼 부회장(변호사)은 "그동안 기본 원칙 없이 땜질만 하다 보니 물이 새는 것이다. 구멍이 또 생길 것"이라며 "자본시장법 개정은 자본거래에 대해서만 절차적 규정을 두는 것이고 이는 지배주주의 사익 편취를 강화하고 정당화시키는 퇴행이자 개악"이라고 말했다.
상법이 개정되면 경영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재계의 주장에 대해선 과장된 우려라고 반박했다.
김광중 변호사는 "경영판단의 원칙 대법원 판례는 이사가 권한을 행사해 충분히 검토했으면 결과가 나빠도 배임이나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라며 "이사 충실의무가 개정되면 이 법리가 더욱 많이 적용돼 그런 우려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 판단에 관여한 이사에 대해 주주가 소송을 남발할 것이란 비판에 대해선 김 변호사는 "소송은 제기하는 사람도 비용이 들고 패소하면 상대방 몫도 부담해야 하는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도 "상법을 개정하면 투자자가 이를 근거로 소송을 남발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일일이 소송에 나서진 않는다"면서 "편하게 투자하기 위해 예방에 초점을 맞추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송이 오히려 투자자 보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남우 회장은 "상사법 최고 권위자 송옥렬 서울대 법전원 교수가 최근 내놓은 논문에서 소송이 오히려 투자자 보호를 강화할 수 있다고 봤다"며 "소송이 많아지고 판례가 늘어나야 자본시장이 발달하고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정부가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한국 증시는 지수 부진에 정책 불확실성까지 더해졌다. 이복현 원장이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한 일반주주 이익 보호로 돌아섰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기국회에서 상법 개정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서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상법 개정은 본래 정무위원회 소관이지만 보다 신속하고 명확한 처리를 위해서 당차원에서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다수당인 민주당이 상법 개정 의지를 천명하자, 같은 날 정부는 상법 개정이 아닌 자본시장법 개정이 합리적이라며 정 반대 입장을 보인 것이다. 다만 민주당이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킨다고 해도 여당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재계 우려를 이유로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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