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단기바닥, 2250~2350 예상
연말 단기 반등 가능할 것
트럼프 리스크·삼성전자 부진 영향
연말에 짧은 반등 가능할 것…트럼프 리스크·삼성전자 실적이 관건
김영일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향후 우려되는 최악의 조건들을 선반영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투자심리와 수급이 극도로 위축된 상황이라 정확한 지수 하단은 예단하기 어렵고, 쏠림으로 인한 하회할(UnderShooting) 가능성도 감안해야 한다"며 "다만 시장에서 우려되는 여러 변수가 현실화하고, 경기 충격에 대한 극단적인 공포심리가 반영된 밸류에이션 수준을 고려하면 2400선 이하는 과거 위기 국면을 선반영한 딥 밸류(Deep Value) 구간이라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올해 1월 초 2669.81로 시작한 코스피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동력 삼아 지난 7월(11일) 2896.43까지 오르며 2900선에 바짝 다가섰다. 하지만 지난주(11~15일) 코스피는 한 주 동안 144.29포인트(5.63%) 급락하며 2416.86에 장을 닫았다.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급격히 지수가 빠진 만큼 올해 내 반등이 가능하리라고 분석했다.
실적과 수급 불안이 진정되고 트럼프로부터 비롯된 정치적 불안심리가 완화되면 연말에는 그간 급격히 하락한 부분을 되돌릴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투자분석부장은 "내년 2분기부터 2026년 회복 기대감이 반영되기 시작하면 저점을 확인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극단적 밸류에이션 저평가 및 낙폭 과대, 달러 강세 피크 아웃, 강경한 트럼프 예상 정책이 취임 이후 톤 다운되는 정책 순화가 나타나는 시기"라고 점쳤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도 단기적으로는 트럼프 트레이드가 충분히 반영됐다는 시장의 인식 이후 반등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미국의 신정부 인선 등이 확인되면서 트럼프 트레이딩 지속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코스피는 상승은 못하더라도 박스권 하단은 지켜낼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의미 있는 반등은 아직 언급이 어렵다. 내년 상반기를 지나면서 관세에 대한 청사진이 확인되고 기존 우려보다는 충격이 덜 할 것 같다는 확인이 돼야 증시가 반등할 것으로 본다. 상반기 중 미국의 금리 동결, 부채 문제, 나스닥 고평가 논란도 해소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영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국내 대표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 우려에 미국 우선주의 정책 불안감이 시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고 했다. 이어 "단기 하락 폭이 과도한 상태로 현 지수대에선 밸류에이션 매력이 있다. 다만 국내 대표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어 투자심리가 회복되지 않으면 의미 있는 반등이 힘들 수도 있다. 기업 실적과 글로벌 경쟁력이 훼손되지 않았다는 것들이 확인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정책 변화에 반도체주·이차전지주 급락…원화 약세도 외국인 이탈 부추겨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 부진과 신뢰도 저하, 실적 전망 악화와 함께 트럼프 2기 정책 불확실성이 증시 부진을 불러왔다"며 "특히 공격적 관세 인상과 무역분쟁에 대한 우려가 공산품 대미 수출이 많은 한국에 부담으로 다가왔다"고 설명했다.
김영일 센터장은 "3분기 실적 부진으로 인한 코스피 2024년·2025년 연간 실적 전망 하향 조정, 트럼프 당선으로 인한 채권금리·달러 상승, 교역 위축 우려와 반도체 급락이 맞물리며 글로벌 증시대비 차별적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삼성전자 업황·실적에 대한 불안이 증폭되면서 외국인 대량 매도가 집중됐다"고 짚었다.
특히 외국인 매도세가 거셌던 삼성전자는 지난 14일 4년5개월 만에 '4만전자'로 추락했다가 하루 만에 5만원대를 가까스로 회복했다. 외국인들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4일까지 12거래일 연속 삼성전자를 순매도하며 '팔자세'를 이어갔다. 주가가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삼성전자는 대규모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냈다. 지난 15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향후 1년 이내에 분할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하반기 외국인 순매도(18조9000억원) 중 삼성전자의 순매도가 18조원"이라며 "기술적으로 낙폭과대로 보지만 삼성전자의 매출이 11년째 정체라는 가볍지 않은 문제가 앞을 가린다. 수급적으로 봤을 때 부양 조치가 발표되기 전까지 충격이 몇 차례 더 반복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오태동 센터장은 "최근 국내 주식 시장의 약세는 트럼프 당선에 따른 관세와 정책 리스크로 인한 외국인 투자자의 수급 이탈이 주된 원인"이라며 "또한 강달러와 함께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서는 등 원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 시장에서 이탈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웅찬 연구원은 "코스피가 2400선을 못 버틴 것은 한국에 좋을 일이 없는 트럼프 당선이 가장 큰 이유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축소와 관세 부과 가능성이 가장 큰 악재로 작용했다"면서 "보조금 축소는 이차전지 급락으로, 관세 부과 가능성도 자동차 등 수출주 약세 및 원화 약세로 반영되고 있다. 여기에 올해 내내 지속됐던 삼성전자 하락 영향이 크다"고 했다.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되려면 삼성전자 실적이 받쳐줘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오태동 센터장은 "반도체의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시기에는 외국인 투자자의 수급은 삼성전자 실적 전망치와 동행하거나 이에 선행하는 경향이 존재한다"며 "인공지능(AI) 산업 모멘텀이 다시 부각되고, 삼성전자 실적 전망치가 개선되는 시점에 외국인 순매수 유입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다만 삼성전자 주가가 회복돼도 국내 증시의 주도주 자리를 되찾긴 어려워 보인다. 김동원 센터장은 "삼성전자는 현재 과매도 상태이며 삼성전자 주가 반등 시 코스피 전체 지수 하락을 마무리 지을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다만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업종이 다시 주도주로 복귀를 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봤다.
고배당·실적 양호한 기업 중심으로 대응…포트폴리오 다변화해야
김동원 센터장도 "수급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단기적으로 고배당을 선호하고 실적장세의 마무리 국면을 거치면 이후 종목 버블장세가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2021년 중반 개별주식 광풍과 유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센터장은 또 AI 규제 완화가 기대되는 자율주행 우주방산, 바이오, 원전 업종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웅찬 연구원은 "미국의 관세를 피할 수 있는 미디어, 엔터, 게임, 헬스케어 또는 중국 부양책 관련 업종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면서도 "방산, 조선 등 트럼프 수혜주 중에서 최근 급등한 업종의 추가 매수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증시가 급락했다는 단편적인 이유만으로 매수하는 것은 위험하며 분산투자에 신경 써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박희찬 센터장은 "많이 떨어졌다고 저점 매수하는 전략은 위험해 보인다. 매수하더라도 실적이 좋은 기업들에 투자해야 한다"면서 "국내 비중만 높이기보다는 미국과 인도 등 해외 분산 투자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영곤 센터장도 "밸류에이션 매력이 있는 종목에 선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만약 포트폴리오가 국내 주식에만 집중돼 있다면 해외자산을 포함시키는 다변화 전략도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만약 시장이 단기간 내 반등한다고 할지라도 추세적 상승 여부에는 의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웅찬 연구원은 "지수가 더 빠지면 매수한다는 관점으로 분할 매수하면 적어도 손실은 나지 않을 것이라 본다. 특히 해외 주식으로 많은 이익이 났다면 차익실현하면서 환율에서도 이익을 보고 국내 투자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면서도 "다만 추세적 상승까지는 아니니 반등을 노리는 정도를 추천한다"고 했다.
변준호 투자전략부장도 "단기 트레이딩 매수 영역으로 진입해 방망이를 짧게 잡고 저가 매수 전략을 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의미 있는 지수 상승은 내년 하반기 이후로 전망하며 중기적 관점에서 아직은 보수적 입장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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