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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비트]"'어디서'보다 '어떻게'에 일의 초점 맞춰야"[오피스시프트](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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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미래 50인' 선정된 대런 머프 인터뷰
깃랩 디렉터 출신…가이드북 작성해 주목

편집자주[찐비트]는 '정현진의 비즈니스트렌드'이자 '진짜 비즈니스트렌드'의 줄임말로, 일(Work)의 변화 트렌드를 보여주는 코너입니다. 찐비트 속 코너인 '오피스시프트(Office Shift)'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시작된 사무실의 변화를 꼼꼼히 살펴보고 그동안 우리가 함께해온 실험을 통해 업무 형태의 답을 모색하기 위한 바탕을 마련하는 콘텐츠가 될 것입니다. 매주 토요일 또는 일요일 여러분 곁으로 찾아갑니다. 40회 연재 후에는 책으로도 읽어보실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찐비트]"'어디서'보다 '어떻게'에 일의 초점 맞춰야"[오피스시프트](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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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개발자들을 위한 오픈소스 제공 플랫폼 '깃랩'은 2014년 설립 당시부터 전 직원이 원격으로 일한다. 사무실 하나 없이 직원 1800여명이 60여개국에 흩어져 모두 온라인으로 연결돼 일한다. 보통의 원격근무 회사와 달리 깃랩은 회사 운영 사항을 모두 글로 기록해, 문서를 검색하면 바로 확인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렇게 만든 일종의 가이드북인 '원격근무 플레이북' 문서는 온라인으로 대중에 공개돼 15만회 이상 다운로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플레이북을 작성한 인물은 깃랩 원격근무 디렉터 출신 대런 머프(Darren Murph) 어드바이저다. 그는 지난해 11월 포브스가 선정한 '미래의 업무 환경을 구축하는 50인'에 포함됐다. 포브스는 그를 '원격의 수장(head of remote)'이라고 표현했다. CNBC방송은 그에게 '원격근무의 현인(Oracle of Remote Work)'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도 했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7월 깃랩에 입사한 그는 올해 1월까지 원격근무 시스템을 구축, 운영해왔다.
포브스가 선정한 '일의 미래를 만드는 50인' 중 한 명인 깃랩 원격근무 디렉터 출신 대런 머프(Darren Murph) 어드바이저(사진출처=본인 제공) 포브스가 선정한 '일의 미래를 만드는 50인' 중 한 명인 깃랩 원격근무 디렉터 출신 대런 머프(Darren Murph) 어드바이저(사진출처=본인 제공) 원본보기 아이콘

지난 8일(현지시간)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 응한 그는 자신을 '어드바이저'라고 표현했다. 깃랩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IT 분야에서 일의 미래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각종 근무 시스템을 만드는 일을 돕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일터를 만드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핵심은 사람들이 어디에서 일하는지보다 어떻게 일을 하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라는 대혼돈기에 현장에서 원격근무 시스템을 구축하고 체계화에 공들여온 그에게 향후 10년 뒤 일과 업무 환경이 어떻게 바뀔지를 물었다.
◆ 일하는 법, 글로 남겨야 하는 이유…"지식 전달 아니라 검색 중요"
머프 어드바이저가 인터뷰 중 여러 차례 강조한 건 바로 업무 운영과 관련한 정보를 '성문화(codify)'하는 작업이었다. 이제는 사무실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에서 사람에서 사람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라, 체계화한 시스템 속에서 개개인이 지식을 검색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깃랩에서 플레이북을 만드는 데 집중했던 이유를 설명하듯 그는 지금 우리가 일하는 공간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소개했다.
"(팬데믹 전후로) 물리적인 사무실의 목적이 가장 많이 변했어요. 팬데믹 이전에는 대부분의 기업에서 사무실이 일의 중심 허브였다면, 팬데믹 이후에는 사무실이 클라우드 본사라는 새로운 중심 허브를 지원하는 보완적인 자산이 된 거죠. 요즘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은 직원들이 '분산해 있는(distributed)' 것이 현실입니다. 일의 세계는 점점 더 분산되고 있고 극히 일부 산업만이 향후 5~10년 이내에 한 장소에 모여 일할 겁니다."
"한 사무실 건물에 있더라도 여러 층에 나누어져 있어서 직원들이 사실상 서로 멀리 떨어져서 일합니다. 정보화 시대에 이러한 현실을 무시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에요. 이런 업무 환경에서는 일이 수월하게 진행되게끔 새로운 도구를 채택하는 데 시간과 에너지, 자원을 투자하는 것이 더 현명해요. 핵심은 사람들이 어디에서 일하는지보다 어떻게 일이 진행되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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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프 어드바이저는 향후 업무와 관련한 정보 전달의 체계가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공지능(AI)과 AI의 핵심 기술인 대규모 언어모델(LLM)도 우리가 좀 더 수월하게 일할 수 있게끔 업무 환경을 만드는 데 활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무에 필요한 정보를 모두 성문화하고 이를 검색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기술이 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의미였다.
"향후 10년 이내로 성과를 잘 내는 조직은 견고한 '지식관리 시스템(knowledge management system)'을 구축해 보유하고 있을 겁니다. 이러한 기업들은 전 직원이 한 공간에 있어야만 하는 '지식 전달(knowledge transfer)'의 속도보다 '지식 검색(knowledge retrieval)'의 속도를 위해 업무 시스템을 최적화할 거예요. LLM은 회사에 새로 입사한 구성원이 일반적으로 묻는 말들을 다른 직원이 아닌 시스템에 묻고 새로운 회사나 팀에 합류할 때 문화적인 뉘앙스를 이해할 수 있게끔 할 겁니다."
"원격으로 일을 잘해나가는 데 있어 중대한 장애물 중 하나는 회사 운영을 성문화하는 겁니다. 문서화해야 할 것도, 읽어야 할 것도, 유지해야 할 것도 많아요. 이러한 기술(AI와 LLM)은 직원들이 지식 관리 시스템에 회사 운영이나 전략, 이니셔티브와 관련한 핵심 질문을 할 수 있게끔 해주고 기존 검색 결과보다 좀 더 미묘한 차이를 반영한 답변을 내놓을 겁니다."
이를 통해 더욱 쉽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게 될 것이라는 게 머프 어드바이저의 생각이다.
"불필요한 회의는 덜하고, 지식관리 시스템에 LLM을 연결하는 식이죠.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회사 문화와 가치, 운영을 성문화하는 것에 새롭게 집중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러한 요소는 그동안 (사무실을 매개로) 직원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거나 (공간 속에서) 서서히 익혀나가는 방식으로 전달됐어요. 이러한 방식은 비효율적이고 외향적인 사람을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물리적인 사무실이 있어 유지됐죠. 앞으로는 정확한 글쓰기와 분명한 정보 전달이 개인과 조직에 모두 중요해질 겁니다."
◆ "일, 삶 전체 아닌 일부분임을 깨달아…직장 밖 관계 중요해져"
원격근무 시스템을 구축해온 머프 어드바이저이지만, 그는 모든 직장인이 원격근무를 해야 한다고 믿지 않는다. 오히려 코로나19를 계기로 업무에 따라 적절한 근무 형태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일은 더이상 천편일률적이지 않아요. 어떤 일은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집단에서 하는 것이 적합하고, 어떤 일은 고립된 상태로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 게 이상적인 경우가 있죠. 또 어떤 일은 여러 방식에서 별 차이 없이 성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코로나19 기간 많은 조직은 모두 재택근무라는 하나의 방식으로 일을 하게끔 했어요. 이러한 점이 분명 엄청 유연하게 일을 할 수 있게끔 했지만, 동시에 어떤 일은 다 같이 모여서 할 때 더 효과적이거나 더 즐겁다는 걸 확인하게 됐죠."
원격근무 중인 대런 머프 어드바이저의 모습(사진출처=본인 제공) 원격근무 중인 대런 머프 어드바이저의 모습(사진출처=본인 제공) 원본보기 아이콘

그렇지만 유연한 근무 방식을 도입한 기업이 최고의 인재를 확보할 것이라는 그의 생각은 확실했다. 팬데믹을 겪으며 직장인이 갖고 있던 일과 관련한 가치관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기간 중 수백만 직장인들이 과거와 비교해 좀 더 유연하게 일하게 되면서 일이라는 존재가 자신의 전체 삶을 지배하는 요소가 아니라 그중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점을 깨닫게 됐어요. 팬데믹 이전에는 대부분 사회관계를 주로 직장에서 형성했다면 이제는 대부분 직장 밖에서 만드는 관계가 삶에 만족감을 주는 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이고자 자신의 시간을 달리 배치하고 있습니다."
머프 어드바이저는 가치관 변화와 맞물려 직장 외부에서 만든 관계와 관심사가 서서히 일터로 스며들어 동료들과 깊은 관계를 만들고 조직 문화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입양아를 키우는 자신의 사례를 들면서 본인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직장에서 관계를 맺다 보니 일을 매개로 했을 때보다 더 깊은 관계가 구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팬데믹 이전에는 직장인이 퇴근하면서 동료와 저녁 식사를 하곤 했어요. 팬데믹 이후에는 각 개인이 가족이나 이웃, 지역 사회 일원들과 일정을 마련하는 경향이 더 커졌습니다. 저는 (아이를 입양한) 양아버지인데요. 입양커뮤니티에서 시간을 보내는 걸 즐기고 이와 관련해 일하는 사람을 돕습니다. 저는 퇴근 후 임산부 지원 센터나 교회, 위탁양육가정에서 자원봉사를 하곤 합니다. 그리고 직장 동료와 관계를 맺을 때 퇴근 후 이러한 커뮤니티 활동에 대해 언급하죠. 이를 바탕으로 관계를 만들어 나가기 시작할 겁니다."
이제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원격근무 유지와 사무실 복귀 과정에서 아직 노사 갈등이 첨예하게 벌어지고 있다. 그에게 "갈등은 불가피하냐"고 물었다.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갈등과 이견이 필요합니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죠. (고용주와 직원이 모두 만족하는 근무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선택의 개념입니다. 고용주는 경쟁자에 비해 좀 더(more) 또는 덜(less) 유연한 문화를 선택할 수 있고 이러한 선택에 기반한 새로운 근무 시스템을 시행할 수 있죠. 직원은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어디에 투자할지 선택할 수 있어요. 저는 가장 실력 있는 인재는 가장 유연한 고용주와 함께 일하는 것을 선택할 거라 생각해요."




정현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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