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의 신기술 도입이 임금에 미치는 영향
"AI가 만든 수익은 어디로" 의문점 세가지
인공지능(AI) 시대라고 해서 월급의 가치와 이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달라지진 않는다. 하지만 월급에 영향을 주는 요인의 역학관계는 달라진다. AI와 같은 신기술로 업무 생산성이 높아지면 같은 근무 시간 내에 처리할 수 있는 업무량이 늘어난다. AI가 일상적인 업무 일부를 대체해 준다면 인간은 부가가치가 높은 창의적인 업무를 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업무 생산성이 확대되면 월급도 덩달아 오를까? 그렇게 나온 수익은 기업이 직장인과 나눌까? AI가 막대한 경제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수익 배분이 어떻게 이뤄질 것인지에 향후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챗GPT에서 시작된 생성형 AI 열풍이 직장으로 이어지면서 우리의 월급과 관련해 생기는 의문점 세 가지를 짚어봤다.
① AI 사용한 직원이 월급 더 받는다?
이 설문조사에서 AI를 사용하는 직장인의 월급이 실질적으로 더 올랐다는 증거는 없다. CNBC도 직장인이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를 물었을 뿐 실제 임금 인상률과 물가 상승률을 비교하지 않았다.
다만 AI를 업무에서 활용하는 과정에서 일과 직장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급여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분석했다. 업무 시 AI가 필요하다고 본 직장인 중 자신이 급여를 잘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응답률은 38%로, 일할 때 AI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응답률(24%)을 웃돌았다. 또 AI를 직장에서 사용하는 직장인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업무 만족감을 더 느끼고 커리어를 개발할 기회가 많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I의 도움을 받아 일하다 보니 예전보다 업무가 수월해져 부담이 줄었고, 직장에 만족하는 경우가 늘어 월급 인상 폭도 물가 상승보다 더 컸다고 느끼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대런 에이스모슬루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와 파스쿠얼 레스트레포 보스턴대 교수는 2019년 논문에서 AI 등 기술 발전으로 자동화가 되면 노동 수요를 줄일 것이라면서 "생산성 향상으로 인해 자동화가 임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만 기존 일자리에 대한 수요는 줄어도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났다면서 "신기술이 혼합되고 이러한 변화가 업무 내용을 어떻게 변화시키느냐에 따라 일의 미래가 좌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② AI가 이익 내면 고용주·주주가 웃는다?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비상주 연구원인 해리 홀저 조지타운대 교수는 지난해 1월 AI와 로봇을 기반으로 업무 현장의 자동화가 이뤄지면 보통 사업주가 보상을 누리게 된다고 분석했다. 큰 틀에서 보면 자동화 과정에서 기계에 대체되지 않은 근로자는 월급이 늘겠지만, 이로 인해 대체되는 근로자는 열악한 환경에 내몰리는 만큼 개별적으로 상황이 다를 것으로 봤다. 이에 광범위하게 보면 근로자보다는 AI 도입으로 노동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사업주가 수익을 보는 구조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주주들이 AI 자동화의 이익을 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미 백악관과 유럽연합(EU)은 챗GPT가 출시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지난해 12월 미래 노동력에 대한 AI 영향 보고서를 통해 주주들이 AI로 이익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알렉스 우드 버밍엄대 교수의 자료를 인용해, 일부 유럽 국가에서 창고에 AI를 도입해 얻게 된 생산성 이익이 주주에게 배당금이나 스톡옵션 등으로 점점 더 흘러가게 됐다고 전했다. 근로자들은 데이터에 기반한 알고리즘 관리가 이뤄지면서 임금 협상력은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보고서는 "미래에 대부분의 창고가 완전히 자동화돼 인간 직원은 없는 일명 '암흑의 창고(dark warehouse)'가 될지는 불분명하지만 현재 창고에 적용하려는 기술이 인간 노동력 확대보다는 자동화로 전환하도록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③ 자동화의 일자리 위협은 저임금 노동자만의 이야기?
하지만 AI 기술이 업무에 적용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전망이 다른 양상을 보인다. 생성형 AI 혁명은 앞선 다른 자동화와 달리 저임금 일자리뿐 아니라 고임금 일자리에도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챗GPT 등 생성형 AI가 고차원적인 언어 능력을 갖추면서 대학 이상의 학위 소지 근로자가 해왔던 업무까지도 자동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매킨지 글로벌 연구소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AI가 도입되면 저임금 근로자의 일자리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무보조, 음식 서빙, 고객 응대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저임금 근로자들이 소득이 더 많은 직업을 찾아가는 경우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봉이 3만8200달러 이하인 근로자들은 최고 소득을 받는 집단보다 직업을 바꿀 위험이 최대 1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매킨지는 앞서 내놓은 또 다른 보고서에서 고임금 근로자들이 자동화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매킨지는 생성형 AI가 석사 학위 또는 박사 학위를 취득한 근로자의 업무 중 57%, 학사 학위 보유 근로자 업무의 60%를 대체할 수 있다고 봤다. 앞서 매킨지는 AI가 이들의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 건 28%(석·박사), 36%(학사)에 불과하다고 전망했었는데 올해 생성형 AI 열풍이 불면서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자 업무 절반 이상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본 것이다.
같은 보고서에서 고등학교 졸업장을 보유한 근로자의 자동화 비율은 64%로 학사 이상 학위 소지자들보다 높았지만, 기존 51%에서 오름폭이 이들보다 적었고 결과적으로 자동화 비율도 이들과 차이가 크게 줄어들게 된 점이 눈에 띈다.
AI가 만드는 우리의 직장은 어떤 모습일까. 의문점은 많지만 현시점에서 정확한 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처럼 AI가 업무 환경에 도입되는 것과 관련해 여러 관점에서 다양한 전망이 쏟아진다. AI가 직장에 본격 도입되기 시작하면 이로 인한 변화는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 기업도, 직장인도 적응력을 키우는 것이 최선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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