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시론]한강은 얼마일까?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노벨상 수상작을 읽으려면 한국어가 필요한 시대

[시론]한강은 얼마일까?
AD
원본보기 아이콘
소설가 한강(54)이 받은 노벨상의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먼저 그녀가 벌 돈을 생각해보자. 일단 노벨상 상금이 1100만 크로나(약 14억3000만원). 같은 돈을 벌어도 노벨상으로 번 돈은 특별하다. 죽어도 피할 수 없다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 소득세법 시행령 18조에 노벨상 상금과 부상은 비과세라고 못 박아 놓았다. 번 돈의 40%에 달하는 종합소득세가 없다. 말하자면 남들이 40% 더 번 것과 같다. 또 수상 이후 5일 동안 서점서 팔린 한강의 저서가 100만권에 달한다. 권당 평균 가격이 1만4000원선. 저자는 보통 인세로 책값의 10%를 가져간다. 인세로 14억원 정도를 번 셈이다. 출판업계선 100만권은 더 팔릴 것이라고 한다. 얼마 후 14억원이 더 통장에 쌓일 것이다.
소프트웨어 업계에는 한국 시장 규모가 전 세계 시장의 2%에 조금 못 미친다는 말이 있다. 예를 들어 MS 윈도 글로벌 매출의 약 2%가 한국에서 나온다. 이 말은 다른 산업에도 통한다. 한국 인구는 세계 인구의 1.6% 수준이기 때문이다. 28개 언어로 번역해 놓은 한강의 책 76건이 이미 해외에서 팔리고 있다. 단순히 시장 크기로 생각하면 해외에서 한국보다 50배 팔려야 한다. 한국처럼 광풍이 불지는 않더라도 이전과 다른 규모로 책이 팔릴 것이다.
포르투갈 작가인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나 튀르키예의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 같은 책들이 한국 도서 판매 순위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름도 읽기 힘든 이 작가들의 작품이 한국인에게 사랑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들 이름 앞에 ‘노벨 문학상을 받은’이란 수식어가 붙기 때문이다. 한강은 노벨상 수상 후 열린 포니정 혁신상 수상식장에서 "약 한 달 뒤에 저는 만 54세가 된다"며 "작가의 황금기가 50~60세라고 한다면 6년이 남았다. 6년 동안 마음 안에 있는 책 3권을 쓰는 데 몰두하고 싶다"고 했다.
그 책들은 ‘노벨 문학상을 받은’이란 수식어를 달고 세상에 나온다. 국내외에서 받는 대접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인세 10%는 일반적인 관행이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 같은 초일류 작가들은 그 이상을 받을 수 있다. 10년 후 한강이 수백억 자산가란 이야기를 들어도 놀랍지 않다. 숫자가 수사(修辭)보다 명백하게 사실을 보여준다. 물론 돈이 많아도 손가락질을 받는 경우가 많다. 부를 쌓는 방법과 과정이 정당하지 않은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한강은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다. 오히려 더 많이 벌수록 더 찬사를 받을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노벨 문학상 효과가 한강을 넘어 한국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한강 효과, 한강의 기적이다. 인터넷 서점 예스24는 노벨문학상 수상 뉴스가 뜬 이후 일주일 동안 한강의 책을 제외한 소설·시·희곡 분야 판매량이 작년보다 49.3% 늘었다고 했다. 한국은 반도체, 조선 등에서 세계 초일류란 평가를 받고 있다. 예체능 분야에서도 강대국 반열에 올랐다. 올림픽 순위는 손으로 꼽을 정도로 높다. 박세리, 김연아 같이 세계적으로 통하는 스포츠 스타도 많다. BTS, 블랙핑크, 뉴진스가 활약하면서 세계 대중 음악계에선 오빠, 대박 같은 단어가 세계 공영어로 통하기 시작했다.
사실 한국인문학은 멸망 직전까지 몰렸다. 국문과는 ‘굶는과’란 말도 있다. 젊은이들이 국문과를 기피했다. 지난 8년간 국문과 등 인문계열 학과가 800여개 사라졌다. 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란 희망이 있다. 한강이 연대 국문과 89학번이기 때문이다. 그 무렵엔 시와 소설을 사랑하는 문학청년들이 많았다. 다시 청년들이 너나없이 시집과 소설을 들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싶다.




백강녕 디지털콘텐츠매니징에디터 [email protected]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lboqhen.shop)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

한 눈에 보는 오늘의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