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터리셀 기업인 CATL은 지난 4월 열린 베이징 오토쇼 기간에 10분 충전에 370마일(약 600㎞)을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 배터리 '센싱 플러스(shenxing plus)'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초당 주행거리 1㎞를 충전할 수 있는 속도다.
CATL은 '센싱 플러스'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로는 세계 최초로 4C 고속 충전을 지원하며 1회 충전에 최대 620마일(약 1000㎞)을 주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결과는 유럽이나 미국보다 느슨한 중국 인증(CLTC·China light-duty vehicle test cycle) 기준이긴 하지만 상당한 기술적 진보라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국내 배터리 셀 기업들도 충전 기술 확보전에 나서고 있다. 전기차 대중화를 앞당기는 데 충전 시간이 핵심 요소라는 판단에서다. 그동안 전기차 소비자들의 니즈가 높았던 주행 거리는 에너지 밀도를 높이면서 어느 정도 해소가 됐고, 가격도 최근 많이 하락한 상태. 그다음으로 전기차가 풀어야 할 이슈로 충전 시간이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배터리 기업들은 전기차 충전 속도를 기존 내연 기관차의 주유 시간과 비슷한 수준까지 줄이면 충전 시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내연기관차 주유 시간은 5분 안팎이다.
주유 시간과 비슷하게…"5분 충전에 300㎞ 주행"
삼성SDI는 2026년까지 9분 충전에 600㎞를 주행할 수 있는 배터리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5분 충전 시 300㎞ 주행 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운전자들의 99% 이상이 하루 평균 300km 이하를 운전하기 때문에 이 정도의 충전 속도라면 전기차에서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온은 SF플러스(+) 배터리의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이 배터리는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는 시간을 기존 18분에서 15분으로 단축했다. SK온은 10분 충전에 600㎞, 5분 충전에 300㎞를 주행할 수 있는 배터리도 2030년까지 내놓을 계획이다. 이 회사는 급속 충전 시간을 7분까지 줄일 수 있는 특허 기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충전 속도를 단축하기 위해 각사마다 각기 다양한 기술들을 적용하고 있지만 공통된 것은 실리콘 음극재다.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충전은 양극에 있던 리튬이온이 음극으로 이동하는 과정이다. 실리콘 음극재는 기존 음극재에 비해 이론상 에너지 용량이 10배에 달한다. 실리콘 음극재를 적용하면 리튬이온의 저장고가 커지기 때문에 그만큼 더 빨리 충전할 수 있다.
대신 실리콘 음극재는 충·방전 시 부풀어 오름(스웰링) 현상이 심해 음극에 많은 양을 첨가하기 어렵다.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과제다. 현재는 흑연에 실리콘 음극재 약 5%를 혼합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를 늘리기 위한 연구개발(R&D)이 한창이다. 실리콘 음극재는 LG에너지솔루션이 2019년 국내 최초로 양산해 포르쉐 전기차(EV) '타이칸'에 적용했다. <실리콘 음극재에 대해서는 배터리완전정복 11회 참조>
충전 시 리튬이온의 이동 경로를 단축하는 한편, 리튬이온의 이동 속도를 높이기 위해 소재 내 저항을 줄이는 등의 시도들도 이루어지고 있다. SK온은 자사만의 이중 레이어 구조에 고용량 실리콘과 저저항 흑연을 배치해 리튬이온 이동 거리를 줄이고 이동 속도를 높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삼성SDI는 전극 내에서 리튬이온의 이동 경로를 단축할 수 있는 소재를 적용하고 바인더를 균일하게 분포해 고속 충전이 가능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밀도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충전 시간을 줄이는 것도 관건이다. 보통 급속 충전을 하면 에너지 밀도가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 밀도와 고속 충전 간 균형을 이루면서 충전 시간을 단축하는 것도 핵심 기술력이다.
배터리가 고속 충전을 지원한다 하더라도 전기차의 종류와 충전 인프라에 따라 충전 시간이 달라질 수 있다. 현대차가 출시하는 전기차는 800V의 충전 시스템을 적용해 350kW로 충전할 수 있다. 아파트 등 주거 지역에서는 완속 충전기가, 고속도로 충전소에는 고속 충전기가 설치돼 있다.
충전 시간 어떻게 알 수 있나
스마트폰에서는 배터리 용량을 통상 밀리암페어시(mAh)로 표시하는데 전기차에서는 킬로와트시(kWh)로 나타낸다. 둘 다 배터리 용량을 나타내는 단위이지만 약간 쓰임이 다르다.
암페어(A)는 전류의 양을 나타내는 기본 단위다. 1A는 1쿨롱(1C=6.25X10의 18승 개의 전자)의 전자량이 1초 동안 흐르는 것을 나타낸다. 암페어시(Ah)는 1A의 전류가 1시간 동안 흘렀을 때의 전기량이다. 암페어는 프랑스 물리학자 앙드레 암페르의 이름에서 따왔다.
전압(V)은 전기의 위치 에너지다. 흔히 전기를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에 비유하는데 전압은 폭포의 높이를, 전류는 폭포의 폭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와트(W)는 전력의 기본 단위다. 1W는 1초 동안, 1Wh는 1시간 동안 생산하거나 소비되는 전력의 양이다. 와트는 전류 및 전압에 비례한다. 폭포의 폭이 넓을수록, 높이가 높을수록 더 많은 물이 떨어지는 것과 같다.
전력량(Wh)은 전류(Ah)에 전압(V)을 곱해서 구한다. 전기식에서는 P(전력)=V(전압) × I(전류)로 나타낸다. 예를 들어 용량 5000밀리암페어시(mAh), 전압 3.85V의 스마트폰용 배터리라면 19.25Wh의 전력량을 갖는다.
<전기용어>
1Wh=1시간 동안 생산하거나 소비되는 전력량
전력(P)=전압(V) X 전류(I)
앞서 예를 든 배터리 용량 5000mAh, 전압 3.85V의 스마트폰을 45W의 급속 충전기로 충전한다고 가정해보자. 19.25Wh를 45W로 나누면 약 0.42시간(=약 25분)의 충전 시간이 소요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이는 단순 계산의 결과이고 실제로는 이보다 더 걸릴 수 있다. 전력량과 충전 시간은 완전히 정비례하지 않고 뒤로 갈수록 완만한 기울기를 갖는다. 기기 제조사가 안전을 위해 80% 이상 충전된 이후 100% 완충되기까지는 천천히 충전하도록 조절하기 때문이다.
이는 전기차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예를 들어 70킬로와트시(kW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7킬로와트(kW)의 완속 충전기로 충전할 경우 약 10시간의 충전 시간이 소요된다. 100kW의 고속 충전기라면 0.7시간(42분)이 소요된다. 이 역시 단순 계산했을 때의 결과이고 실제로는 배터리의 종류와 자동차 제조사의 설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최근 전기차 업체들은 배터리 시스템의 전압을 800V까지 올려 충전 속도를 높이는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테슬라 등 대부분의 전기차 배터리 시스템은 400V로 구성돼 있으며 충전 시스템도 이에 맞게 설계돼 있다. 반면, 현대차, 포르쉐 등 일부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시스템을 800V로 올리고 충전기의 출력을 350kW까지 높인 충전 시스템을 선보였다.
최신 아이오닉5에는 84kWh 용량의 배터리가 탑재돼 있는데 이를 350kW급 급속 충전기로 충전한다면 단순 계산으로 0.24시간(약 14분)이 걸린다. 실제 충전 시간은 이보다는 약간 길게 나타난다. 해당 자동차 카탈로그에서는 350kW 급속 충전기를 사용 시 18분 이내에 10%에서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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