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된 지 5년이 안 된 공무원 10명 중 7명이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는 설문 결과가 뒤늦게 공개됐다. 지난 6월 행정안전부가 재직 5년 이하의 국가직·지방직 공무원 4만8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직사회 조직문화 인식조사'인데, 조사 시점 넉 달이 지나서야 국정감사를 통해 알려졌다.
충격적인 결과라는 지적과 함께 이를 발표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말에 주무부처의 장관은 "문제점만 발표하는 것보다 대책도 함께 마련해 발표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답했다. 한때 선망의 대상이던 공무원이 이제 구조적으로 버티기 힘든 직업이 됐다는 사실을 섣불리 공개할 경우 이들의 '엑소더스'가 더 확산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분명하다. 최저임금 선까지 주저앉은 월급이 이들을 코너로 몰고 있다. 이들에게 사명감을 기대하려면 그에 맞는 대우가 있어야 하는데 수년째 반복되는 내외부 비판에도 개선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가 지난해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중도 사직 의사가 있다'고 답한 20~30대 공무원 중 69%가 '낮은 임금'을 이유로 꼽았다는 결과도 있다. 노조에 따르면 올해 9급 1호봉의 임금은 기본급 187만7000원에 직급 보조비 17만5000원, 정액 급식비 14만원 등을 더해 월 230만원 정도다. 올해 최저시급(9860원) 기준으로 환산한 일반 근로자 월급(206만740원)과 큰 차이가 없다. 세금마저 제하면 실수령액은 200만원도 되지 않는다.
이런 탓에 지원 자체도 줄고 있다. 국가공무원 9급 공채 경쟁률의 경우 2016년 53.8대 1에서 2024년 21.8대 1까지 하락했으며 7급의 경우 2016년 76.7대 1에서 2024년 40.6대 1로 떨어졌다. 인재들이 공직으로만 몰리는 것도 우려스럽지만 공직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인 만큼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청년이 줄어드는 이 상황은 더욱 안타깝다.
열악한 근무 환경도 이들을 지치게 한다. 폭언과 욕설, 협박, 성희롱 등 도를 넘는 악성 민원과 경직적인 조직 문화까지 복합적인 요인이 잠재돼 있다. 하위직 공무원들이 사비로 국·과장 등 상급자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모시는 날'과 같은 악습이 일부 지방자치단체에 만연한다는 사실도 이번 국감에서 드러났다.
정부가 '구비서류 없는 민원 신청' 등 디지털플랫폼정부 구축에 투입한 예산만 올해 9400억원이다. 지난해 예산의 두 배가 넘는다. 하지만 이 서비스를 이행하고 관리할 조직에 대한 처우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시스템 개편은 한계를 보일 게 뻔하다.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고 싶다면 제값을 치러야 한다. 떠나는 이들에게 "고생해서 들어가 놓고 뭐 하는 짓이냐"라고 비난하기보다 그동안 의무와 책임감만 강조했던 것은 아닌지 이들의 처우를 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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