⑨ 정책 전문가들이 말하는 난임 정책
지자체가 지원 양적 퍼붓기 해선 안돼
"공공병원 등 지방 협업 체계 구축" 의견
김동식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저출산이 국가의 가장 큰 정책적인 이슈라고 한다면 중앙 정부가 중심을 잡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수년간 난임부부 지원 정책과 난임 시술 지원제도 등을 분석해온 정책 전문가다. 그는 현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자문위원, 서울시 난임·난자동결비 시술비 지원 검토 자문위원, 인구보건복지협회 저출산고령화대책분과위원회 위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난임 의료기관 평가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국가가 난임과 연동된 여러 자원과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지금은 양적으로 풀어놓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면서 "이러한 정책 확대가 인구 집단 등을 고려해 적절한지 설계하면서 가져가야 하는데 지자체로 나뉘어 각자 내놓다 보니 질적 개선 없이 양적으로 퍼붓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부 지역에 따라 인구 구성을 고려해 유연하게 정책을 가져갈 수 있겠지만, 결국 큰 틀은 중앙 정부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에 난임 병원이 집중해 있고 지방에서 난임 치료차 이동하는 부부가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에서 전국적으로 난임 인프라를 고려해 협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이 지난해 내놓은 '제주지역 난임부부 현황과 지원방안' 보고서를 보면 최근 5년 이내 난임 시술 지원을 받은 52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도외 의료기관에서 시술받은 경우 도내에서 응급처치 등을 연계할 수 있는 병원 협진 체계 마련을 원한다'는 응답률이 99.1%나 됐다.
보고서를 쓴 정여진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난임 시술을 하다 보면 호흡 곤란, 과배란유도제 주사와 그 영향으로 인해 복수 차게 되는 증상, 갑작스러운 하혈, 유산으로 인한 제왕절개, 프로포폴 주사로 인한 두통, 호르몬제로 인한 체중 증가 및 생리통 등 다양한 현상을 겪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의료 인프라 구축과 지역 내 협진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국립대학병원이나 의료원, 보건소 등 공공 병원을 중심으로 협진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명희 한국난임가족연합회 회장은 권역별로 있는 대학병원이 지역 난임 부부를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지역 대학병원들이 난임 시술 측면에서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고 수준을 올려놓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동시에 지역 난임 시술 의료기관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지금 우리는 ‘난임을 만들고 있는 사회’"라며 "저출산이라고 해서 마구잡이로 보조생식술을 하는 것보다 건강한 아이를 낳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영상 감자와눈사람 원장은 "난임 관련 경제적 지원과 휴가 확대가 꼭 필요하다"며 "병원에서 우울증을 겪는 환자도 많이 만난다. 정부가 우울증 상담센터를 확대 운영해 정서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등 정부 지원이 동반된다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역 차병원 난임센터 조은혜 교수도 "시술을 위해 휴직과 퇴사를 하는 환자를 자주 본다. 난임 시술이 길어질수록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만큼 지역에 따른 차이가 없도록 하고 난임 시술의 건강보험 본인 부담 비율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호 일산마리아병원 원장은 "재정 지원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의사의 자율성을 보장해줘야 한다. 처방을 제한하면 일부 시술에 갇혀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없게 된다"고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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