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는 자세. 약간의 긍지나 자부심. 이건 사진에 드러난 인물의 여백에 채운 나의 개인적 느낌이기도 하다. 흐린 흑백 사진의 인물에 콧수염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도 몇 년이 지나서다. 콧수염은 나이를 짐작할 수 있는 약간의 정보보다는 인물의 인상에 크게 기여했다. 오래 보면 이야기의 여백이 조금씩 채워지기는 한다. 누가 그 사진들을 내다 팔았는지는 물론 그 사진 속 인물들이 누구인지도 알 수 없다. 이탈리아를 여행 중이던 친구가 아레초라는 지방 소도시의 골동품 혹은 풍물시장에서 나름 골라 집어 사다 준 사진들이다. 십여 년 전 로마에 출장 갔을 때 혼자 도시의 골목을 돌아다니다 수레에 옛 책들과 그림, 사진 따위를 쌓아 놓고 파는 벼룩시장 같은 곳을 본 적이 있다. 그때 사진 뭉치들을 뒤적이다. 별반 느낌도 관심도 없던지라 아무것도 집어 들고 오지 않았던 것이 살짝 후회되었다. 예술가들이 우연히 발견한 타인들의 옛 사진을 모티브로 창작 작업을 하는 것을 보고 모방심리가 발동하기도 했던 것 같다. 별걸 다 아쉬워하고 살았다. 어느 날 친구가 로마를 여행 중이라고 페이스북에 자랑해 놓은 것을 보고 메신저로 옛날 사진 같은 것 파는 데가 있으면 몇 장만 사다 달라고 부탁을 했고, 그는 로마가 아닌 아레초라는 도시의 풍물시장 같은 데서 파는 사진들을 여러 장 알차게 골라 사다 주었다. 이 사진은 그중 한 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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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난 줄 알았다"…반값 사재기에 대형마트 '초...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lboqhen.shop)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