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구글, AI 탑재 업무용 소프트웨어 '한판 승부'
핵심은 업무 부담 감소…"주 4일제 도입 앞당길 것"
지금 일의 트렌드를 바꾸는 기술은 바로 인공지능(AI)이다. 지난해 11월 생성형 AI 챗GPT가 개발된 이후 전 세계가 생성형 AI 열풍 속에 빠져들었다.
당장 직장인이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업무용 소프트웨어의 변신이다. AI 챗봇 시장에서 선두권을 다투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은 지난 3월 AI 챗봇을 탑재할 서비스로 검색 엔진에 이어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제시했다. 불특정 다수를 위한 선택이 검색엔진이라면, 직장인과 기업이라는 분명한 타깃을 제시해 AI 챗봇의 기술력으로 점유율을 장악할 수 있는 영역을 업무용 소프트웨어 개발이라고 본 것이다.
업무용 소프트웨어가 어떻게 만들어지냐에 따라 사무실 풍경도 달라진다.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직장인이 일하며 느끼는 고통을 덜어주고 짧은 시간 내에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렇게 되면 직장인들의 사랑과 관심은 순식간에 쏟아진다.
출시와 동시에 시장을 재편할 정도로 인기가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킬러앱(killer app)'이라고 한다. AI 챗봇을 기반으로 한 업무용 소프트웨어 계의 킬러앱은 조만간 등장할 수 있을까?
◆ '엑셀의 전신'·'최초의 킬러앱' 비지칼크는 사무실을 바꿨다
신기술 비지칼크는 어떻게 개인용 컴퓨터를 사무실로 끌고 왔을까. 1970년대까지만 해도 표에 숫자나 문자 자료를 입력하고 이를 처리하는 스프레드시트는 종이와 연필로 작성했다. 원자재 비용이나 인건비 등 각종 재무 변수를 계산하는 종이였는데, 모든 것을 수기로 작성하다 보니 중간에 변수가 바뀌면 일일이 다시 써야 했다. 번거롭고 시간도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19년 비지칼크 출시 40주년 기념 기사에서 "지금은 전자 스프레드시트가 친숙하지만, 당시에는 이 프로그램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려면 직접 경험을 해봐야만 할 정도로 참신한 아이디어였다"고 평가했다.
이렇듯 생산성과 효율성을 끌어올린 업무용 소프트웨어는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업무용 소프트웨어는 사무실의 모습도 바꿨다. 당시 비지칼크는 스티브 잡스의 컴퓨터 애플II에서만 작동했다. 다른 컴퓨터에 비해 가격이 비쌌지만, 비지칼크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컴퓨터가 필요했기 때문에 기업들이 애플II 앞에 줄을 섰다. 잡스가 애플II의 성공에 비지칼크가 동력을 제공했다고 했을 정도였다.
그렇게 기업들은 앞다퉈 개인용 컴퓨터를 사들였고, 1980년대 사무실 공간과 업무수행 방식엔 혁명의 바람이 불었다. 그 바탕에 비지칼크라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있었다.
전자 스프레드시트 비지칼크의 등장은 회계 업무 관련 일자리도 흔들었다. 스프레드시트를 수기로 작성하던 회계사무원이 크게 줄었다. BBC방송이 2019년 한 팟캐스트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에서 비지칼크가 판매를 시작한 첫해인 1980년보다 40년 뒤인 2019년 회계사무원이 40만명 감소했다. 동시에 일반 회계사를 위한 일자리는 60만개 증가했다고 한다. 스프레드시트 작성 업무를 기계가 대신해주면서 이를 활용해 더 다양한 회계 업무가 가능해진 것이다. 신기술 등장이 노동시장을 재구성했다고 볼 수 있다.
◆ 연말에 MS vs 구글 한판승부?…업무용 소프트웨어 '대전'
'업무용 소프트웨어 강자' MS는 MS 365에서 활용 가능한 '코파일럿'을 공개하고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간단하게 자연어로 명령하면 엑셀 그래프를 만들고 파워포인트 자료도 뚝딱 만들어 낸다는 것이 MS의 설명이다. 현재 수백개의 기업에서 이를 실험해보며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데 소비자용 소프트웨어는 연말쯤 공개될 것으로 전해진다.
구글도 올해 연말 오피스 서비스 모음인 '구글 워크스페이스' 전반에 생성형 AI를 적용한 구글 워크스페이스를 위한 '듀엣AI'를 상용화할 예정이다. 구글이 지난 5월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듀엣AI를 공개하며 내놓은 설명을 보면 지메일을 사용할 때 AI가 답장 초안을 먼저 작성해 주고, 구글 시트에서는 데이터 분류를 자동화하고, 구글 슬라이드를 쓸 땐 텍스트를 이해한 뒤 AI가 맞춤형 이미지를 만든다.
결국 이를 통해 직장인이 기대하는 건 업무 부담 감소다. MS는 지난 5월 보고서에서 "데이터, 이메일, 회의, 알람 등의 유입이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을 넘어섰고 일의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면서 "창의력이 새로운 생산성이 되는 시대에 이러한 디지털 업무는 불편함 그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이 역할을 AI가 탑재된 업무용 소프트웨어가 대신해줄 수 있다는 의미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의 베른 엘리엇 부사장 겸 애널리스트는 뉴욕타임스(NYT)에 "(AI가 탑재된 업무용 소프트웨어는) 사람들이 그동안 해왔던 일을 처리하는 데 사용하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AI가 주 4일제 도입에 힘 보탤까
MS와 구글은 모두 지루한 일은 AI에 맡기고 재밌고 의미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라 홍보하고 있다. 일부 경제학자들도 이에 동의하고 있다. 칼 베네딕트 프레이 옥스퍼드대 교수는 최근 미 경제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업무 중 지루하게 느껴지는 일부가 AI로 인해 사라질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좋은 아이디어를 만들고 적절한 질문을 하며 더 흥미로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하는 데 사용되는 기술이 발전하면 근무 방식도 자연스레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AI가 들어오면 생산성이 높아지는 만큼 근무 시간이 줄어 주 4일 근무제 도입이 더 수월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크리스토퍼 피서라이즈 영국 런던정경대 교수는 지난 4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업무로부터 우리의 웰빙을 확대할 수 있고 더 많은 여가를 누릴 수 있을 것이며 쉽게 주 4일 근무제로 넘어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술은 빠르게 변하지만, 기업이 이를 천천히 도입하면 근로자의 전환은 덜 고통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낙관적인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비지칼크가 등장하며 회계사무원이 대거 사라진 것처럼 타격을 받는 일자리도 분명 있으리라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전망이다. 오디드 네처 콜럼비아대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AI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되는 직업들을 보면 콘텐츠 마케팅이나 콜센터 직원, 기본 코딩과 같은 재택근무를 하기 좋은 업무 유연성이 높은 업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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