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北공작원 검거 위해 만든 주민등록증
1·2호 발급은 박정희·육영수 부부가
12월부터 모바일 주민증 시범 발급
한국에 주민등록증 발급이 시작된 것은 이른바 '김신조 사건' 때문이다. 남북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던 1968년 1월21일 북한 특수부대원 31명이 청와대 뒷산까지 침투에 성공했다가 발각됐다. 다음날 기자회견에서 북한 공작원 김신조는 "박정희 목 따러 왔수다"라는 한 마디로 한국을 충격에 빠뜨린다.
주민등록증 1호와 2호는 박정희 전 대통령 부부가 받았다. 두 사람이 받은 주민등록번호는 각각 110101-100001과 110101-200002였다. 당시 주민등록번호는 거주지역을 나타내는 앞 6자리와 성별 및 등록 순서를 의미하는 뒤 6자리로 구성돼 총 12자리였다.
1975년부터는 앞자리에 생년월일, 뒷자리에 성별과 지역번호를 넣은 13자리 주민등록번호로 변경됐는데, 이 체계는 2020년까지 사용됐다. 당시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연구원으로 있던 김대영 전 건설부 차관이 미국의 사회보장번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2000년 출생자부터는 성별 번호가 기존 1(남성)·2(여성)에서 3(남성)·4(여성)로 바뀌었다. 이는 행정자치부가 1998년 확정한 '2000년대 출생자 주민등록번호 부여 계획'에 따른 것으로, 1900년대 출생자와 2000년대 이후 출생자의 출생연도를 구분하기 위해서였다.
다만 주민등록제도의 기원이 일제강점기 조선기류령에 있다는 비판도 있다. 1942년 일본은 기류령을 통해 조선인들의 주거지 신고를 의무화했는데, 강제 동원과 식민 통치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점에서 이와 유사한 주민등록제도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도 많았다. 실제로 프랑스와 독일 등 다른 국가에도 개인 신분증은 있지만 복지행정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한 카드가 대부분이며, 재발급 시 개인 식별 번호가 바뀐다.
한편 주민등록증 발급 56년 만인 올해 정부는 모바일 주민등록증을 도입한다.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은 17세 이상의 국민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으며, 읍·면·동 주민센터를 찾아 모바일 주민등록증 발급을 위해 생성되는 일회용 QR코드를 촬영하면 즉시 발급받을 수 있다. 다음 달 27일부터 약 2개월간 세종과 경기 고양시 등 9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시범 발급한 후 전국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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