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 무뇨스 사장, 美LA오토쇼 한국 언론 인터뷰
"급변하는 시장 '빨리빨리·미리미리'로 선제 대응"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글로벌 침공이 우려를 낳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 를 비롯해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생존을 위해선 기술력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본 것이다. 무뇨스 COO는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빨리빨리’와 ‘미리미리’로 선제대응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무뇨스 COO는 지난 21일 로스앤젤레스(LA) 오토쇼 프레스데이에서 한국 기자단과 인터뷰를 갖고 앞으로 사업방향 등에 관해 밝혔다. 15일 차기 대표로 내정된 후 취재진과 정식 인터뷰를 가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차세대 동력원을 두고 전망이 엇갈리는 상황에선 다양한 기술을 가진 기업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게 무뇨스 COO의 설명이다.
1~2년 전까지만 해도 전동화 전환은 낙관적인 전망이 주를 이뤘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 시장에선 성장세가 주춤하거나 정체 상태다. 여전히 비싼 데다 충전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선 하이브리드가 각광받는다. 내연기관을 쓰는 탓에 당초 중간자 역할에 머물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앞으로 수년간 친환경차 시장에서 주를 이룰 것으로 업계에선 내다본다.
기술과 함께 고객이 직접 체감하는 서비스 등 자동차 회사의 기본기도 강조했다. 중국 업체에 견줘 상대적으로 품질 경쟁력이 앞선 평을 듣는데 서비스 수준까지 높여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무뇨스 COO는 "지난 6년간 (북미권에서) 도입한 핵심 딜러 전략 가운데 하나가 FBB 전략으로 더 적게 쓰고(Fewer), 더 크게(Bigger), 더 잘(Better) 하겠다는 뜻"이라며 "여러 지역에서 딜러를 유치하면서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 제공할 수 있도록 설비나 장비, 관련 교육에 투자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차기 CEO로 선임된 배경으로는 현대차 고유의 속도를 앞세운 기업문화에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태도가 영향을 끼쳤다고 봤다. 그는 "현대차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빨리빨리’ 문화"라며 "평소 미리 준비하는 편이라 이를 ‘빨리빨리 미리미리’로 가다듬었다"라고 말했다.
미래 이동수단을 둘러싸고 산업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최일선에서 변화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현대차 고유의 속도문화는 최근 가동에 들어간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도 녹아 있다. 2022년 공사를 시작해 당초 2025년 상반기 완공할 예정이었다. 이를 반년 이상 앞당겼다. 공사 도중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 이슈가 불거지자 하이브리드 등 다른 친환경차종을 같이 생산하기로 했다. 원래 전기차 전용공장으로 계획했었다.
무뇨스 COO가 현대차에 합류한 2019년은 안팎으로 녹록지 않은 환경이었다. 과거 주력시장으로 대규모 투자를 했던 중국에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도입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으로 일순 사업이 고꾸라졌다. 미국에선 엔진 결함으로 대규모 집단소송·과징금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던 건 그룹 내 대표 ‘미국통(通)’ 무뇨스 COO의 공이 컸다. 브랜드 인식을 개선하면서 고수익 차종 비중을 늘려나갔다. 코로나19로 생산 차질을 빚던 시기에도 본사와 긴밀히 협업, 생산·고객인도 차질을 최소화했다.
그간 미국에서 주로 일했으나 내년 CEO 취임 후부터는 한국 내 업무시간을 더 늘리기로 했다. 그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한국에서 일하는 시간이 좀 더 많았으면 한다’고 얘기했고 그렇게 하려고 한다"며 "회사의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가 임직원과 정합성을 맞추는 것, 그래서 같은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긴다"라고 말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의 사업 협력에 관해서는 이른 시일 내 발표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다만 "(두 회사가 가지고 있는 생산시설을 활용한) 차량공급, 전동화 차량 기술을 공유할 예정이며 볼륨 효과, 즉 구매에 관련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 등이 거론되면서 전기차 수요변화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선 "모든 회사에 똑같이 없어지면 (현대차가) 더 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사업전략이나 방향을 당장 바꾸진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실행 중인 전략이 잘 작동되고 있는 만큼, 장재훈 사장이 미리 만든 전략을 지속해서 실행할 계획"이라며 "중간에서 필요하면 조정을 하고 우리 임직원에게 신뢰를 얻는 게 성공 요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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