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수행 등
MBK·영풍 동조 않으면 주총통과 어려워
국민연금 등 주주 지지 얻기 위해
실행 어려운 주주친화 공약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주주 친화책으로 내놓은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편 방안은 다른 주주들이 향후 열릴 주주총회에서 최 회장을 지지할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을까.
최 회장은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스스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다수의 주주를 위해 중립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사외이사 중심 체제를 만들겠다는 얘기다. 자본시장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회장직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사외이사의 중립성이 과연 보장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점에서 투자자들로부터 의미 있는 지배구조 개편안이라는 평가를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대목은 두 방안 모두 실제로 현실화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직 수행, MOM 도입은 모두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변경해야 도입이 가능한 일이다. 상법 제434조에 따르면 주총 특별결의는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고려아연 지분율을 39.83%까지 늘린 MBK·영풍 연합이 동조하지 않는 한 정관 변경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을 끌어낼 수는 있을지언정,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을 충족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최 회장과 ‘백기사’를 합한 지분율은 35% 내외로 추정된다.
최 회장과 외부 법률 자문단이 주총 특별결의 요건을 모를 리 없다. 실현 불가능한 주주 친화적 지배구조 방안을 도입하겠다고 시장에 던진 것은 향후 주총 표 대결에서 지지 명분을 얻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MBK·영풍 연합이 제시한 집행임원제도도 특별결의를 통한 정관 변경을 거쳐야 해, 최 회장 측이 반대하면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도 한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현행 이사회 제도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 등 다른 주주들의 지지를 끌어낼 명분으로 실현 불가능한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들고나왔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최 회장에 우호적인 인사를 1명이라도 더 이사회에 진입시키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주주 친화적인 지배구조 개편에 반대한 MBK·영풍을 일반 주주들이 적대시하도록 여론전을 펼칠 것이라는 예상도 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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