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산단 '트래포드'
도로 넓히고 보조금 줘도 못 막은 노후화
풍부한 문화 시설 유치하니 살아난 활기
'산단 관광객' 늘며 지역 GDP 20% 껑충
트래포드 시의장 "산단이 쇼핑·문화 자산"
“지난주에 왔는데 너무 재밌어서 또 왔어요.”
영국 맨체스터의 한 실내 놀이터. 2m 높이의 풍선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온 조시 앨런군(14)이 지난달 15일 아시아경제 기자에게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인터뷰도 잠시. 함께 온 동생이 커다란 공을 들고 쫓아오자 앨런군은 큰 소리로 “피해야 해요”라고 소리쳤다. 두 형제의 어머니 트레이시 앨런씨는 관광객을 위해 마련된 카페에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차로 6시간 떨어진 스코틀랜드 인버네스에서 거주한다고 밝힌 앨런씨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게 된 장소인데 아이들이 워낙 좋아하다 보니 지금이 벌써 세 번째 방문”이라고 얘기했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영국 청년들에게 이색 데이트 장소로 부상했다. 시설 관계자는 “유명 팝스타인 핑크가 딸과 함께 미국에서 여기까지 왔는데, 인스타그램에 인증숏을 올리면서 20대 유입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날도 오전 11시부터 1시간 동안 시설을 이용한 55명 중 42명이 젊은 성인이었다. 맨체스터에 거주하는 아비 잭슨씨(20)는 놀이터를 어떻게 방문했냐는 질문에 “인스타그램에서 알게 됐다”며 “산업단지에 놀기 좋은 시설들이 많다 보니 종종 검색해본다”고 답했다.
트래포드 산단의 문화시설은 수십 년 전 시작된 도시의 쇠락을 막기 위해 마련됐다. 트래포드 산단은 1896년 건설된 세계 최초의 산업전용 부지다. 1970년대까지 성장을 지속했지만 이후 탈산업화 현상으로 급속히 황폐해졌다. 고용도 급격히 위축됐다. 2차대전 말기 트래포드 산단 근로자는 7만5000명에 달했지만 1976년에는 1만5000명으로 줄었다. 미분양 부지까지 속출하자 지방자치단체에서 부랴부랴 보조금을 지급해 도로 확장 등에 나섰지만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1985년 영국의 환경부, 상공부, 트래포드 의회는 합동으로 ‘산단 재생 연구기금’을 조성했다. 각종 문화시설을 대대적으로 도입하는 ‘트래포드파크 전략’도 수립됐다. 1987년 시행된 전략은 1998년까지 11년간 지속됐다. 문화시설 확충뿐 아니라 공공 설치예술과 랜드마크도 들어섰다. 복합 엔터테인먼트 단지인 ‘트래포드 센터’도 이 무렵 지어졌다. 이 기간 트래포드 산단은 990개 기업을 유치했고, 2만9000개의 신규 일자리를 되찾는 데 성공했다. 17억파운드(약 3조599억원)에 달하는 민간투자도 끌어냈다.
트래포드 산단의 문화확충 전략은 현재진행형이다. 관광객 등 산단 유동인구가 꾸준히 늘면서 최근 5년 사이 지역총생산이 19%가량 증가했기 때문이다. 톰 로스 트래포드 시의회 의장은 “트래포드 산단은 여전히 산업과 고용의 중심지이지만 동시에 쇼핑몰과 문화자산을 중심으로 관광분야에서까지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지어지는 스파와 리조트 시설이 관광객을 더 끌어들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로스 의장은 “산단의 전통적인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생각하면 주요 도시의 산업지역이 방치되는 것을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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