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디바이스 AI칩 'DQ-C' 개발 후
텐스토렌트와 손잡고
1년 반만에 새로운 도전
레고블록처럼 조립하는 '칩렛' 기술
하나의 칩에 여러개 반도체 조립
생산 비용 줄이고 기능 다양화 강점
SoC센터, 가전전용 칩 설계
33년 전용 칩 설계 노하우 축적
가전용 반도체 선두주자 결실
든든한 우군도 얻었다. ‘반도체의 전설’이라 불리는 짐 켈러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캐나다의 유명 반도체 스타트업 ‘텐스토렌트’가 힘을 보탠다. 지난해 중순께부터 시작된 두 회사의 ‘의기투합’은 최근 수장들이 대면하고 손을 맞잡으면서 더욱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레고 블록처럼 조립하는 칩렛
칩렛은 하나의 칩에 여러 개의 반도체를 조립하는 기술이다. 웨이퍼를 깎아서 만드는 기존의 제조 기술보다 생산성이 높고 기능을 다양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칩렛은 전문가들로부터 ‘레고 같은 패키지(Lego-like package)’라고 불린다. 여러 개의 반도체를 하나의 칩에 탑재하는 모습이 마치 어린이들이 다양한 색깔과 모양의 블록들을 조립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레고와 닮아서다. 업계에선 글로벌 기업의 엔지니어들이 실제로 레고에 착안해 칩렛 기술을 구상해냈다는 후문도 있다.
칩렛은 무엇보다 칩을 생산하는 비용을 줄이고 성능은 높여 매우 효율적이란 이유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칩렛은 그 안에 구성되는 모든 칩을 미세 공정을 거쳐 만들어질 필요가 없다. 가령, 하나의 칩에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S램, 모뎀 등이 조립될 경우, 그중에서 CPU만 4나노미터(nm·10억분의1m) 공정을 통해 세밀하게 제작되고 나머지 칩들은 7~8나노 공정으로 만들어져도 전체 칩은 4나노 공정으로 만들어졌을 때의 수준과 유사한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
협력을 통해 얻은 확신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가전 맞춤형 AI칩에 칩렛 기술을 적용하면 최고의 성능을 구현할 수 있겠다고 확신을 지난해 6월께 얻었다고 한다. 당시 LG전자는 텐스토렌트로부터 자사의 프리미엄 TV 등에서 AI, 고성능 컴퓨팅을 구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텐스토렌트의 AI 및 RISC-V CPU 기술을 제공받기로 했다. 특히 TV Soc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칩렛 기술을 활용하기로 했는데, 이 과정에서 텐스토렌트의 칩렛 기술을 실제 TV Soc에 적용해보는 실험을 했고 이때 나온 결과에 대해 LG전자가 상당한 만족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가전은 ‘만능’을 요구받고 있다. 제품 하나가 여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지길 소비자들은 원하고 있다. 세탁기가 건조기가 갖고 있는 기능들까지 모두 흡수하길 바라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런 가전에 탑재되는 온디바이스 AI칩으로선 칩렛이 해답이 될 수 있다고 LG전자는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칩렛은 연산, 저장, 통신 등 각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반도체를 하나로 조립해서 만들기 때문에 가전제품이 여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팹리스’의 길 닦은 SoC센터
LG전자는 이번에 개발 중인 가전용 온디바이스 AI칩 등 시장에서 나름대로의 이력을 남기며, ‘가전용 반도체’ 분야의 선두주자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는 모양새다. SoC센터가 만든 성과다. LG전자는 CTO부문 산하에 SoC센터를 두고 하나의 ‘팹리스(Fabless·생산공장 없이 반도체 설계를 전문적으로 하는 기업)’처럼 운영하고 있다. SoC센터가 연구해서 만든 칩 설계는 삼성전자, TSMC, 인텔에 위탁 생산을 맡겨 실물 제품으로 만들어진다. 센터의 모태는 1992년 세운 금성 중앙연구소 주문형 반도체(ASIC)센터다. 센터는 약 33년간 가전용 칩 설계 노하우를 축적하고 괄목할 만한 성과들을 내기도 했다. 1997년 DTV 칩셋, 2005년 지상파/위성 DMB칩, 2008년 LTE칩, 2016년 4K/8K 화질 칩과 OLED TV칩을 만들었다. 모두 세계 최초였다. 지난해 2월에는 가전용 온디바이스 AI칩인 ‘DQ-C칩’을 내놨다. 센터가 3년 이상 연구·개발해서 자체적으로 만들어낸 가전 전용 AI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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