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지하철·공사장 등 매일 이용하는 승강기
6년간 승강기 사고로 37명 목숨 잃어
최저가 입찰 탓에 안전보단 돈에 초점
위축되는 산업…안전 규정 지킬 여력 없어
#.올해 3월 23일 오전 7시 52분께 인천 남동구 구월동 소재 아파트에서 주민인 70대 여성 B씨가 엘리베이터 통로에서 사망했다. 그는 엘리베이터에서 타지 못한 채 목줄이 끼인 반려견을 구하기 위해 엘리베이터 문을 강제로 열려다가 지하 2층 바닥으로 추락했다.
승강기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19년부터 올해 11월 현재까지 발생한 승강기 중대사고는 모두 369건이다. 전국의 승강기는 지난 9월 말 기준 86만60대. 여기에는 에스컬레이터 3만4980대, 무빙워크 5920대, 휠체어리프트 4687대가 포함돼 있다. 나머지 약 81만대가 엘리베이터다. 설치 대수를 감안하면 사고가 드물다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승강기는 항공기처럼 사고가 발생하면 곧바로 인명 피해로 이어진다. 올해 들어선 사망 사고가 부쩍 늘었다.
11일 한국승강기안전공단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월 현재까지 승강기 중대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9명이다. 승강기 사고 사망자는 2019년 3명이었지만 2020년 10명으로 크게 늘었다가 2021년 5명, 2022년 4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 6명으로 다시 늘어났고, 올해는 이미 작년 사망자 수를 넘어섰다.
20만원 드는 유지관리 4만원에 계약하는 현실
그런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대기업은 아파트 엘리베이터 유지관리 입찰 가격을 3만~4만원 수준까지 떨어뜨렸다. 관리비가 오르는 것을 꺼리는 입주민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저가 경쟁을 펼친 결과다. 이런 경우 100% 최저가 입찰에서 유지관리 업체로 선정되기 위해선 4만원 이하를 써야 한다. 승강기 업계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유지보수 업무를 하며 수익을 내려면 표준 유지관리비의 70% 선인 13만~14만원 정도는 돼야 한다"고 말했다. '14만원'과 '4만원 이하'의 갭에서 부실 관리가 발생하고 사고로 이어진다.
한편에선 이 갭을 메꾸기 위해 편법이 동원된다. 업계 관계자는 "유지관리 계약 자체는 손해보는 조건에 따내고, 업계만 아는 자신들의 '룰'에 따라서 사용 연한이 차지 않아 교체하지 않아도 되는 부품을 미리 교체해서 수익을 남기는 방법이 동원된다"고 전했다.
둘 중 어느 쪽이든, 국내 엘리베이터는 정석으로 안전 점검이 이뤄지고 그에 따라 부품을 교체하는 정상적인 유지관리를 받지 못하는 셈이다. 이선순 한국승강기관리산업협동조합 전무이사는 이와 같은 현실에 대해 "결국 주민과 유지관리 기업 모두 손해를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안전보다는 돈에 초점 맞춘 유지관리
시장 규모는 제조·설치분야 2조9548억원(57%), 유비보수·서비스분야 2조2760억원(44%)으로 5조2308억원 정도다. 여기서 현대, 오티스, 티케이, 미쓰비시, 쉰들러 등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의 매출이 전체의 90%인 4조7000억원가량을 차지한다. 나머지 10%를 두고 다퉈야 하는 800개 이상 국내 중소기업은 대기업이 낮춰놓은 가격표를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다.
유지관리가 안전이 아닌 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현장에서는 제대로 점검이 이뤄지기 힘들다. 지난달 25일 찾은 서울 지하철 8호선 암사역사공원역 엘리베이터 정기 점검 현장, 이곳에서는 엘리베이터를 멈추지 않고 기기를 이용해서만 간단한 점검이 이뤄졌다. 부품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는 육안으로만 확인했다. 지하철역 엘리베이터는 이용자가 많아 운행을 중단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승강기 안전운행 및 관리에 관한 운영 규정에 2명 이상으로 작업을 하도록 한 '2인 1조' 의무 규정도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유지관리 현장에 돈이 말라 사람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티스 출신으로 1987년부터 독자 기술로 엘리베이터 제조와 유지관리까지 하는 한진엘리베이터의 박갑용 대표는 "인적 자원이 한정된 정도가 아니라 사람이 없다"며 "용접하는 인력만 구하려고 해도 외국인이 아니면 60대 이상인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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