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수, 104회에 2977만원 식비 결제
보좌진 간담회 고급호텔 레스토랑에서 진행
신율 "용처, 결과 등 규제하는 장치 필요"
올 상반기에 정치자금을 식비로 가장 많이 쓴 이는 박대수 전 의원이다. 박 전 의원은 올해 1월1일부터 6월4일까지 156일간 총 104회(간담회 93회, 의원·보좌진 11회)에 걸쳐 2977만8060원을 쓴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출신으로 21대 국회에서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을 지낸 박 전 의원은 노동계, 전·현직 국회의원 간담회, 상임위 관련 이슈 간담회 명목으로 1회 평균 28만6327원을 식사비로 썼다.
가장 액수가 컸던 곳은 경기도 김포시에 있는 한 민물장어집(73만600원)이었다. 프러포즈 명소로 알려진 용산구의 한 이탈리아 파인다이닝에서도 59만3000원을 썼다. 여의도 특정 한식당과 일식집에서도 수십만 원이 여러 차례 결제됐다. 여의도 중식당(47만1000원), 미슐랭 가이드에 등재된 이력이 있는 강남구 일식집(44만1000원)과 미슐랭 가이드에 선정된 마포구의 한식집(39만원)에서도 정치후원금을 썼다.
박 전 의원은 “돈이 많은 분들과 식사하면 그러지 않았을 텐데 환경이 어려운 노동계 인사 등을 잘 모시다 보니 조금 더 좋은 곳으로 간 것은 인정한다”며 “그러나 관련 행사를 많이 진행했을 뿐이지, 개인적으로 쓰거나 허튼 곳에 쓴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박 전 의원 다음으로 정치후원금을 간담회·차담회 등 식비로 사용한 의원은 전해철(83회·2527만4390원), 박성중(65회·910만9300원), 조응천(42회·753만9290원), 노웅래(77회·713만6400원) 전 의원 순으로 나타났다.
조 전 의원의 경우 정치자금 중 자산을 제외한 후원회 기부금에서 간담회·회의를 위한 식사 비용을 전액 결제했다. 지난 1월10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뒤 개혁신당 관련한 간담회, 회의를 위한 식사 등에 기부금을 사용했다. 서울 여의도 일식당(34만1000원), 서울 종로구 한정식집(46만7500원)을 주로 이용했다. 이 밖에도 정무위원회 활동 정리 간담회, 국회 의정활동 정리 간담회 명목으로 여의도의 한 고깃집에서 각각 45만원, 51만원을 썼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이었던 노 전 의원은 환경·노동 관련 이슈,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관련 간담회 등을 목적으로 대부분 10만원 이하 금액을 다수 결제했다. 다만 총선의 향후 방향성을 논의한다며 서울 마포구 고깃집(31만2000원), 동료의원 간담회를 목적으로 여의도 한정식집(48만원)과 일식당(24만9000원)에서도 후원금을 사용했다. 노 전 의원의 경우 간담회 목적과 참석자 수를 함께 기재한 몇 안 되는 의원이다.
반면 박성중 전 의원은 모든 용처에 참석자 숫자를 기록하지 않고 '정책간담회'라고만 보고했다. 정책간담회 1부터 정책간담회 66까지로 표기돼있으며, 정책간담회 13은 결제취소 건으로 보인다. 박성중 전 의원의 경우 여의도의 국회 인근 식당, 20대·21대 지역구인 서울 서초 일대, 22대 출마 지역구인 경기 부천 일대에서 대부분 간담회를 진행했다. 회계보고서에 따르면 몇만 원대 식사가 다수를 차지하지만, 서울 강남구 한 냉면집에서 99만원을 한 번에 결제하기도 했다. 서울 서초구 한 횟집에서는 94만원, 32만원, 31만1000원, 21만1000원, 16만6000원, 15만9000원 등 6차례에 걸쳐 총 210만7000원을 썼다.
이들 상위 5인에 해당하지 않지만, 이원욱 전 의원(36회 결제), 양금희 전 의원(25회 결제)도 각각 690만5920원을 식비로 결제했다. 이 전 의원의 경우 개혁신당 지도부 만찬·당직자 오·만찬을 포함해 정당·정치 현안 및 개혁 논의를 위한 식사, 국회 기자단 오찬(17차례)에 후원금을 썼다. 지도부 만찬을 위해 서울 종로구 한정식집(77만원), 여의도 일식당(17만3000원) 등에서 33만8000원을 썼다. 이 전 의원은 오·만찬 주제, 참석자의 소속 및 실명과 참석자 수를 기재했다.
양금희 전 의원은 이와 달리 '의정활동 매식비'라는 항목으로 일괄 처리했다. 호텔 식사도 총 3건 있었다. 구체적으로 서울 중구 한 호텔의 중식당에서 30만8000원, 또 다른 서울 중구 호텔에서 각각 60만원, 22만7000원을 후원회 기부금 계좌에서 썼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7월 폐업한 서울 강남구 한 와인바(56만5000원)와 용산구 이탈리안 파인다이닝(68만원)에서도 후원회 기부금으로 결제했다.
국회의원들의 정치후원금 회계보고서가 공개될 때마다 시민단체들은 정치후원금을 밥값으로 쓰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원 세비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약 3.6배(1억5700만원)로 미국(약 2.28배)에 비해 높은데, 지지자들이 돈을 아껴 보태준 후원금으로 호텔이나 값비싼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간담회를 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여전히 이에 둔감하다는 것이 이번에 다시 드러났다.
또 정치후원금은 세액공제가 되는 만큼 투명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의원들이 후원금을 이용해 간담회를 하면 후원금을 못 받는 원외 정치인들에게는 역차별이 될 수 있다"며 "또한 정치후원금은 일종의 간접적인 세금 혜택이 포함된 만큼 회계보고서상에 사용 장소, 용처, 사용 결과 등을 규제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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