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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29

즉각적(insta~)이지 않은(un~) 사진(gram)의 앞뒤 이야기. 사진이 보여주는 것들과 사진 찍히는 거의 모든 것들의 관계에 대해 씁니다.

고양이를 닮은 사진 천재

놀랍도록 사진을 정확하게 찍는 아이에게 '넌 사진에 소질이 있으니 계속 사진을 찍어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고민에 빠졌다. 여고생 영수(가명)는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국제 청소년 사진교실에 참가한 한국 학생 중 한 명이었고 나는 사진을 ...

2024.10.30 12:01

다른 모든 날들과 아주 비슷한 하루

빔 밴더스 감독 영화 ‘퍼펙트 데이즈’(이 글에는 영화에 대한 중요한 스포일러가 없다. 그조차 이 영화에서는 별 의미 없다)의 주인공 시라야마는 도쿄 시부야의 화장실 청소하는 일을 한다. 일하는 날은 매일 신사 앞 벤치에서 점심으로 샌드위치와 우유를 ...

2024.09.25 12:01

인연 없는 사진들과의 인연

인연 없는 사진 한 장을 몇 년간 앞에 두고 있었다. 그와 나 사이의 시공은 늘 텅 비어 있다. 인연이건 관계건 닿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텅 빈 우연만이 사진과 나 사이에 느슨히 자리 잡았다. 괜히 사진을 구해 달라는 부탁으로 친구를 귀찮게 했다는 생각도 들 ...

2024.08.30 22:09

기억되고 싶은 기대

경이로운 영화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에서 전향한 ‘워 보이(war boy)’ 눅스(니콜라스 홀트)가 막판에 적과 함께 산화하기 직전 임모탄의 아내인 정든 여인에게 "나를 기억해줘!"라고 간절한 얼굴로 말한다. 영화 초반에도 어느 워 보이가 적을 향해 몸을 던 ...

2024.08.14 12:01

AI 이미지와 '스키 타는 여자'

텍스트로 된 지시에 따라 AI가 만든 이미지라고 내놓은 것을 처음 본 지는 채 4년이 되지 않았다. ‘스키 타는 여자’라는 지시어에 따라 만들어진 사진 속의 인간을 닮긴 닮은 어떤 개체는 다리가 셋이었고, ‘나무 옆에 서 있는 기린’은 머리가 어디 있는지, ...

2024.07.10 12:01

사진과 시와 진실

잘 찍은 풍경 사진에는 관객의 고유한 직관이 개입할 여지가 적다. 그저 아름답고 멋진 장면으로서 완결된, 상상과 감정이 들어설 자리가 별로 없는 기성품 같다. 오히려 그 속에 가려지거나 흐려진 여백과 결핍의 영역이 있다면 관객은 그곳에 직관과 비직관의 ...

2024.06.12 12:00

10년 전 오늘, 어버이날

10년 전 오늘 어버이날, 나는 진도에 있었다.아침부터 바람이 불었고 방파제에는 서로에게 닿지 못한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의 탄식이 부딪히고 있었다. 잃어버린 부모를 찾는 부르짖음 같은 카네이션과 수학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한 아이를 부르는 부모의 피눈물 ...

2024.05.08 12:00

사하라에서 본 작은 우주

편집자주지나간 시간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씁니다. 이 글은 지난번에 쓴 ‘사하라 사람들이 사진을 좋아한 이유’의 이전 이야기(‘프리퀄’)입니다. 꼬마는 미동도 없이 고요한 눈길만을 내게 주며 대추야자 나무 그늘에 한 그루 묘목처럼 서 있었다. 사막의 ...

2024.04.19 14:32

사하라 사람들이 사진을 좋아한 이유

이방인이 카메라를 들고 다가서면 경계부터 하는 법인데, 그들은 수줍지만 온화하게 내 앞에서 웃었다. 그곳에 가는 도중 도시에서 만난 아이들은 카메라 앞으로 몸을 날리며 사력을 다해 사진 찍히려 했다. 오래전 서아프리카 사하라사막 유목민 마을에 머물며 ...

2024.04.04 12:01

말할 수 없는 것들의 말

말(言)이 넘치는 나라에 말의 계절이 왔다. 비트겐슈타인의 철학 세계는 '말할 수 없는 것에는 침묵해야 한다.'(‘논리철학논고’)는 한 문장으로 쉽게 인용되곤 한다. 학문적 인용보다는 "모르면 말하지 마라"는 식으로 상대의 말문을 막기 위한 무기로 ...

2024.03.06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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