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멋지거나 아름다울수록 그런 성향은 더 강하게 나타나기 쉽다. 풍경 사진이라는 용어뿐 아니라 '멋지다'와 '아름답다'와 같은 형용사들로도 직관의 계곡을 건너가지 못한다. 실체를 목격한 이후의 형용사들은 실체의 느낌을 보충할 수 있지만, 그것에 앞선 형용사만으로는 아무 것도 대신하거나 보충할 수 없다. 사람의 상상력과 직관력 같은 감정적 문제들은 직설을 제외한 여백에서 활발하게 활동한다. 기억과 지식과 감정과 경험을 모두 동원해 살아있는 비유를 끌어올 필요가 있다. 그래서 난무하는 말 사이에 시가 존재하는 것이다.
‘작고 하찮은 것들에 진실이 깃들어 있으며, 사진은 작고 하찮은 것들의 진실을 찾아내는 힘이 있다’고 발터 벤야민은 썼다. 사진은 시가 그렇듯 세상의 작은 진실들만을 언급한다. 단정하지 않고 언급하며, 말하지 않고 보여줄 뿐이다. 사진으로도 찍을 수 없는, 말할 수 없는 순간들의 의미는 말로 규정할 수 없는 사실의 배후에서 말이 아닌 채로 버티고 있는 진실 속에 있다. 사람들은 그것을 자신의 언어로 번역하고 싶어 한다.
때로 큰 진실을 말하고 싶은 욕망을 지닌 시인과 사진가 혹은 시와 사진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것이 큰 진실로 드러나는 일은 드물다. 작은 진실들로 채워진 세상의 존재들 자체가 말할 수 없는 큰 진실이다. 진실은 간혹 인간의 눈앞에 드러나기도 하지만 대부분 진실의 형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대신 한 구석에 겨우 품고 있는 진실의 연약한 징후들을 눈 밝은 이는 알아채고 읽어낸다.
은유의 세계에는 말의 고유한 기능보다 말이 지나간 뒤의 이미지들로 가득하다. 사진 속의 구체적 피사체들도 정보의 개체성을 벗어나 하나의 은유가 되기도 한다. 사진의(대부분 예술의) 힘은 때로 명확한 의미 전달이 아니라 모호함 그 자체를 보여주는 데에 있다. 존재의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 관계들 말이다.
사진은 다른 아무것도 아닌 그냥 사진이기도 하고 사진이 아닌 모든 것들이 사진이기도 하다. 시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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