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는 미동도 없이 고요한 눈길만을 내게 주며 대추야자 나무 그늘에 한 그루 묘목처럼 서 있었다. 사막의 불볕에 온몸의 에너지를 다 빨려버린 나는 나무 밑동에 기대 늘어져 있었다. 극단적 정적은 내가 있는 자리와 시간을 가늠할 수 없게 했다. 잠시 후 정적을 깨뜨린 것은 소리가 아니었다. 하얀 홀씨 하나가 바람 한 점 없는 허공에서 비스듬히 날아와 아이의 빛나는 두 눈 위 머리에 내려앉았다. 눈은 크고 맑았다. 홀씨 하나 내려앉았을 뿐인 아이의 모습에 마음이 흔들렸다. 어떤 순간은 사소한 것 하나가 얹혀 전혀 다른 순간이 된다. 아이는 우주를 이고 있었다.
사진 한 장 찍어야겠다고 어렵게 마음먹었다. ‘철커덕’, 아득한 어둠 같은 정적을 딱 한 번의 카메라 셔터 소리가 갈랐다. 이명만이 깔려 있던 귓전에 그 소리는 ‘우당탕’에 가까웠다. 그 소란의 진동 때문인지, 홀씨는 다시 머리 위를 떠나 바람 없는 허공을 날아가다 비스듬히 땅에 내려앉았다. 그렇게 딱 한 장, 천운 같은 순간이 사진으로 왔다. 사진 속 아이는 이제 영원히 머리에 우주를 이고 있게 됐다. 사진은 가끔 아무것도 아닌 순간에 점을 찍고 오랫동안 사람들이 이야기할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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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난 줄 알았다"…반값 사재기에 대형마트 '초...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lboqhen.shop)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