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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HL홀딩스의 자사주 활용법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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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억대 신규재단 무상출연
"5년간 의결권 불행사" 해명

[기자수첩]HL홀딩스의 자사주 활용법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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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홀딩스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11일 총 발행 주식 수의 4.76%에 육박하는 자사주를 신규 재단에 무상으로 출연하겠다고 밝힌 것이 뒤늦게 이슈화됐다. 무상 출연 규모는 금액으로 치면 160억원 상당이다.
논란의 핵심은 대주주가 ‘주주가치 제고’ 목적으로 취득한 자사주를 대주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정황이다. 앞서 회사는 2020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취득했다. 명분은 주주 친화 정책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였다. 하지만 이렇게 회사가 보유하게 된 자사주는 소각되지 않은 채 주주들의 기억 속에 잊혀 있었다. 이를 회사가 갑작스러운 공시와 함께 보유 자사주(56만720주)의 84%를 재단에 무상 기부하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가 공익법인인 재단으로 넘어갈 경우 의결권이 되살아나게 된다. 현재 대주주인 정몽원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자 포함 지분율은 31.58%에 불과하다.
의사결정의 절차도 매끄럽지 않다. 지난 11일 이사회는 오전 9시 반 목포신항만운영에서 열렸으며, 이날 결의된 안건은 당일 오후 5시21분경 장 마감 후 공시됐다. 회사는 이사회를 목포에서 개최한 것과 관련해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했지만,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이사회가 열린 곳은 서울·기흥 본사나 주요 영업점도 아닌 손자회사 대회의실이다. 통상 타지에서 열리면 유흥성 사례로 추정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의 안건을 비롯해 복수의 안건이 올라갔지만, 전체 회의 시간은 1시간 반밖에 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첨부된 이사회 의사록에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사회가 개최됐다'는 문구만 포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HK홀딩스가 내놓은 답은 주주들의 화만 키웠다. HL홀딩스는 여론이 악화하자 "재단 설립은 중장기적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것"이라며 "5년 동안 재단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뒤늦게 해명을 내놨다. 하지만 이런 변명은 기업이 향후 재단 설립 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되레 내비친 셈이다. 주요 주주들과의 비공개 회의에서조차도 "주요 기업 중 우리만 재단이 없다"든가, "오랫동안 준비해온 일"이라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답변을 내놨다.
HL홀딩스는 '기부'라는 명분을 앞세웠지만, 누구에게 이익이 돌아가는지를 보면 사건의 핵심이 보인다. 시장과 여론이 등을 돌린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해외에선 진정한 주주가치 제고 목적의 자사주는 매입 후 소각이 원칙이다. 정말 재단을 통해 기부가 하고 싶다면 자사주 대신 대주주 개인 지분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었다. 결국 투자자를 속인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차민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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