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40대 난임 환자의 부산→서울 상경기
만혼에 늦어진 출산, 난임 늘어…의료기관 수도권에 집중
합계출산율 0.72명 시대, 저출산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만큼 임신을 간절히 바라며 노력을 쏟아붓는 이들이 난임병원을 찾고 있다. 난임 병원은 대부분의 의료 인프라와 마찬가지로 수도권에 집중해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난임 시술 의료기관은 지난 3월 말 기준 총 269개다. 이 중 서울 21.9%(59개), 경기도 20.1%(54개)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난임 시술 의료기관은 대표적인 난임 시술인 인공수정과 시험관 시술을 하는 병원으로 정부가 지정한다. 두 시술을 모두 할 수 있는 병원은 전국에 154개다. 이 역시 45.5%가 서울과 경기권에 있다.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의 비중은 50.0%로 딱 절반이다.
전국의 난임 부부들은 의료시설이 몰려있는 수도권으로 쏠린다. 심평원 데이터를 보면 난임 시술(보조생식술) 환자의 수도권 병원 진료 비중은 갈수록 늘고 있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세 지역의 병원에서 진료받는 환자 비중은 2019년 1월 64.5%에서 올해 1월 67.7%로 6년 만에 3.2%포인트 늘었다. 이 수치는 매해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난임 시술 100건 중 68건이 수도권 병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2019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난임 시술 의료기관 중 환자 수 상위 20개 기관의 소재지는 서울 8곳, 경기 6곳, 부산 2곳, 대구·광주·대전·울산 등이 각각 1곳이었다.
"예측 불가 일정 터지면 기차표 못 구해 발 동동"
가뜩이나 쉽지 않은 은화 씨의 난임 치료를 더욱 힘들게 하는 건 이동 문제다. 치료차 병원을 방문하려면 기차표나 비행기 티켓이 꼭 필요한 데 표를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부산역에서 서울 잠실까지 수서고속철도(SRT)로 이동하는 은화 씨는 표를 미리 확보하려고 일주일 내내 기차표를 예약해둔 적도 있다고 했다. '생리(월경)가 시작한 뒤 2~3일째 되는 날 방문하라'는 병원의 지시를 맞춰야 하는데 그날이 언제가 될지 예측 불가하기 때문이다. "취소 수수료가 들죠. 그렇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병원을 아예 올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한 적이 있어요."
기차표를 구하지 못하면 급히 비행기 티켓을 구해 서울로 올 방법을 찾기도 한다. 그런 날엔 부산에서 김해공항까지 1차, 김해공항에서 김포공항으로 2차, 김포공항에서 서울 잠실 병원까지 3차로 택시, 비행기, 지하철 등 하루에만 서너 종류의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한다. 그렇게 이동하다 보면 체력은 금방 동난다.
병원 가느라 한 달 교통비 80만원 쓴다…숙박비도
시험관 시술은 크게 난자 채취·이식 등 각종 시술과 초음파 확인 등 검사로 이뤄진다. 난자 채취 등 일부 시술은 정확한 시간에 병원에 도착하지 못하면 공들여 준비한 시술 자체를 하지 못한다. 그런 일정이 잡히면 은화 씨는 전날 서울로 와 하루 숙박한다고 했다. 비행기로 이동하다가 연착한 경험도 있는 만큼 시간을 안전하게 맞추려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렇게 숙박비 20만원이 추가된다.
불가피한 선택 난임 상경, 그 험란한 여정
이러한 상황은 은화 씨 만의 일이 아니다. 난임 치료차 '상경한' 지방 난임 부부들은 이렇게 토로했다. "진료실 나오자마자 기차편 예매부터 합니다", "체력적으로 너무 지쳐요. 혼자 생각만 많아지고 체력은 저하되니 머리가 멍해져요", "비행기 타고 왔다 갔다 하다 보니 비용도, 시간도, 체력도 만만치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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