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지원에 포탄 비축량 고갈
러 확전 우려 커지는데…"무기 부족"
냉전기 소련 '적색공포' 다시 커지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 차로 접어든 상황에서 유럽 내 포탄 재고가 바닥을 드러냈다는 소식에 유럽 각국에 안보 우려가 퍼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떤 형태로 종전되든, 러시아와의 대결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재래식 전력의 핵심인 포탄을 다시 비축하는 데만 10년 넘게 걸릴 것이란 분석에 러시아의 침략 위협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인데요.
또한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유력 당선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미국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내 유럽 국가들의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면서 안보 우려가 배가되고 있습니다. 1,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포탄이 제작되고 소모됐던 유럽이 어쩌다가 포탄 부족을 염려하게 된 것일까요.
우크라 지원에 고갈된 유럽 포탄…"10년 뒤에나 채울 듯"
먼저 뉴스부터 살펴보겠습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아르민 파페르거 라인메탈 최고경영자(CEO)는 니더작센주 운터뤼스의 신규 탄약공장 착공식에서 "나토에 맞서 싸우려는 공격자에 대비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유럽이 포탄 비축분을 완전히 보충하는 데 10년이 걸린다"고 밝혔습니다.
포탄 재고 비축에 10년이 걸린다는 분석에 만에 하나 러시아의 유럽 침공이 현실화될 때 이를 막을 힘이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에스토니아 정보국은 러시아가 10년 이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다른 유럽 국가를 침공해 나토와 충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죠.
재래식무기감축조약(CFE) 이후 급감한 유럽의 무기
1차, 2차 세계대전 당시 전 세계 포탄의 집결지이자 소모되는 곳이었던 유럽이 어쩌다 재래식 포탄과 무기 부족에 시달리게 됐을까요. 주된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지금으로부터 약 30여년 전인 구소련 붕괴 당시 유럽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가야 합니다.
1987년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공산당 서기장은 양자 간 핵무기 감축을 약속하는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 서명했습니다. 이는 핵대결로 이어져 왔던 기존 냉전의 종식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는데요. 이어 1990년에는 미국 주도 나토와 소련 주도 바르샤바조약기구 간 '유럽재래식무기감축조약(CFE)'이 체결됩니다. 이 2개의 조약은 이후 냉전 붕괴를 상징하는 두 축으로 일컬어졌죠.
이후 유럽의 재래식 무기 및 포탄 생산량은 급격히 줄어듭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022년에는 유럽 전체 연간 포탄 생산량이 30만발에 그치게 되는데요. 북한의 연간 포탄 생산량이 200만발 정도로 추산되는걸 고려하면 정말 형편없이 적어진 것이죠.
그나마 유럽과 러시아 사이 마지막 우호의 끈으로 여겨졌던 CFE조차 지난해 11월 러시아가 공식 탈퇴를 선언하면서 휴지 조각이 되고 말았습니다. 나토도 더 이상 이행을 하지 않겠다며 조약 이행 중단을 선언하면서 이제 유럽지역은 다시 냉전기 군비경쟁 시대로 회귀하게 됐는데요. 앞으로 유럽 국가들은 단기간에 포탄 생산수를 100만발로 늘린다는 계획이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트럼프 당선 후 고립 우려하는 유럽…'적색공포' 다시 번지나
유럽 안보의 또 하나의 변수는 바로 최대 동맹국인 미국의 대선이죠. 11월 열릴 미국 대선에서 현재 공화당의 유력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유럽 국가들은 안보 비상이 걸렸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동안 줄곧 나토 회원국가들이 안보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며 유럽 국가들에 방위비를 늘릴 것을 요구하고, 이를 반영치 않으면 러시아의 침공에서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고 협박성 발언을 하기도 했는데요. 그가 재집권하면 나토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한층 더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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