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베네딕트 프레이 옥스퍼드대 교수 인터뷰
"AI, 아직 자동화 기술이라 보긴 어려워"
"원격근무 생산성 등 논의 지속될 것"
인간과 AI의 동거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직장인이 일터에 스며들어온 AI 기술과 어떤 관계를 맺을지 고민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가 됐다. 인간만큼 똑똑한 AI가 등장해 일자리 상실 우려가 커졌지만,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은 기업용 AI를 잇달아 출시해 직장인의 업무 시간을 줄이고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AI와 일에 대해 연구하는 칼 베네딕트 프레이(Carl-Benedikt Frey) 교수는 지난달 29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현 생성형 AI는 아직 자동화 기술이라 보기는 어렵다"며 AI가 인간의 아이디어를 브레인스토밍하는 도구로는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지만, 현시점에서 창의성이 필요한 영역을 대체하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러한 기술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직접적인 상호작용이나 글쓰기와 같은 창의적인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웨덴계 독일 경제학자이자 경제사학자인 프레이 교수는 옥스퍼드대 마틴스쿨에서 일의 미래(Future of Work)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2013년 "자동화·로봇 기술의 진전으로 향후 20년 안에 미국의 일자리 중 47%가 사라질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고용의 미래' 보고서를 써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2019년에는 책 '테크놀로지의 덫 : 자동화 시대의 자본, 노동, 권력'을 출간해 파이낸셜타임스(FT) '올해의 최고 도서'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에게 AI가 우리의 일터를 어떻게 바꿀지, 근무 형태는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에 관해 물었다.
'창의성·상호작용'은 인간의 강점…"AI는 튜터로 사용"
프레이 교수는 이러한 창의성뿐 아니라 인간이 사회적으로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비즈니스를 AI가 아직 대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만약 일부를 대체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인간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기계가 대신해줄 수 없는 협력이나 신뢰와 같은 인간의 가치가 있다고 설파한 것으로 풀이된다.
"AI가 가상의 소통을 잘하게 된다면 결국 인간이 직접 상호작용하는 과정이 더욱 중요해질 겁니다. AI가 연애편지를 잘 쓴다면, 결국 첫 데이트에서 인간이 서로를 직접 만났을 때 잘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해지겠죠. 이러한 논리가 모든 상황에 적용됩니다. 그리고 인간은 가상보다는 실제 만나서 대화할 때 더 납득하는 경향이 있어요. 의사가 환자들에게 생명을 구하는 치료를 받게끔 설득할 때 (가상보다는) 만나서 하는 것이 더 잘 이뤄진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AI 시대에는 그러한 기술이 더욱 귀해질 거예요."
물론 그는 생성형 AI가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를 통해 각종 단순 업무를 도와 생산성을 높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해서 제품을 무작정 쏟아내는 일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만약 여러분이 '훌륭한 작가(great writer)'가 아니라면, 챗GPT가 여러분을 '평범한 작가(average writer)'가 될 수 있도록 도울 겁니다. 만약 여러분이 훌륭한 코딩 엔지니어가 아니라면, (MS의 기업용 AI인) 코파일럿은 여러분이 평균적인 코딩 엔지니어가 될 수 있도록 도울 거예요. 결국 (AI가) 다양한 직업을 갖는 데 진입 장벽을 낮춘다는 의미가 되는 거죠.
생성형 AI는 많은 콘텐츠를 창출하겠지만 그 규모는 수요가 얼마나 되느냐에 달려 있을 겁니다. (AI 도입으로)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줄어 더 많은 콘텐츠를 요구한다면 급여가 줄어들진 않겠죠. 하지만 그렇게 콘텐츠 생산 비용이 저렴해질 때 우리가 (소비자의 입장에서) 얼마나 콘텐츠를 소비하는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우리의 하루는 24시간으로 제한돼 있고 우리가 넷플릭스를 종일 보진 않을 테니까요."
생성형 AI가 업무 전반에 속속 들어오는 가운데 직장인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그에게 물었다. 프레이 교수는 "생성형 AI를 자동화 기술로 사용하지 말고 '교사(tutor)'처럼 사용하라"고 조언했다. AI에 자기 일을 하게끔 오롯이 맡기면 그 과정에서 배우는 걸 놓치게 되니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성형 AI가 등장했을 때 가장 주목을 받았던 '글쓰기(writing)' 능력이 대표적이다.
"글쓰기 과정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보자고요. 만약 당신이 글을 쓸 때 생성형 AI를 사용한다면 이걸 통해 당신은 배움의 과정을 많이 잃게 될 겁니다. 제가 찾은 가장 좋은 암기 방법이 바로 스스로 무언가를 쓰는 것이었거든요. 저는 생성형 AI를 사용해 학습 능력을 키우기보다는 (업무를 대신하게끔 해) '지름길'을 택할 때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가 걱정됩니다. 따라서 사람들에게 생성형 AI를 자동화 기술로 쓰는 게 아니라 교사로 사용하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특히 배움을 위한 글쓰기라는 측면에서는 더더욱 중요합니다."
"원격근무의 생산성 논의 진행 중…기업들, 사무실 관련 균형 찾을 것"
"원격근무와 생산성의 영향에 대해서는 큰 논쟁이 이뤄지고, 이에 대해 다양한 연구도 있어요. 원격근무가 웰빙이나 직원 이직률을 낮추는 데는 긍정적이지만, 생산성 효과에 대해서는 회사나 어떻게 세팅이 됐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이러한 의문 때문에 기업이 모니터링이라는 난관에 부딪히게 되는데요. 과거에는 적어도 직원이 자리에 있는지 볼 수 있었는데 더 이상 그렇게 하기가 어려워진 것이죠."
프레이 교수는 이러한 모니터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현재 기술과 인센티브, 두 가지 옵션이 활용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첫 번째 방법은 원격근무를 하는 직원의 컴퓨터에 기술적으로 장치를 넣어 그들이 실시간으로 일을 하고 있는지 보는 방법인데, 프라이버시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격으로 근무하는 만큼 과정보다는 결과물을 놓고 금전적으로 보너스를 주는 방식도 언급된다. 하지만 프레이 교수는 이 방식이 자칫 경제적 충격이 올 경우 취약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원격근무를 도입하는 기업이 고민 중인 또 다른 요인은 바로 사무실이라는 공간을 얼마나 두느냐 하는 것이다. 프레이 교수는 원격근무를 하면 기업 입장에서 사무실 임대료를 절약할 수 있지만 한 공간에서 함께 일하며 이뤄지는 직원들의 상호작용은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기업이 적절한 '균형(balance)'을 찾는 과정이 향후 5~10년간 이뤄질 것이라고 그는 예상했다.
"우리는 지난 몇 년간 원격으로 잘 돌아가는 업무와 대면을 해야 잘 이뤄지는 업무를 파악하는 과정을 거쳤고 이를 통해 사무실 공간을 바꾸는 데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사무실 공간을 줄이는 건 많은 기업에 강력한 경제적 인센티브가 될 것이라고 봐요. 생산성이 정체되더라도 원격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있어요. 하지만 원격근무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바로 갑작스럽게 길에서 마주치는 일 없이 소통을 위해선 전화를 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많은 기업이 균형을 찾고 있고 그 과정에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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