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HBM 개발 중단한 결과
혁신 이끌어야할 최고경영진 책임
JY회장 10년 능력·성과 보여줘야
그러나 시간을 조금만 돌려보자. 올해 들어 7월까지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7% 상향 조정했다. ‘왕의 귀환’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낸 곳도 있었다.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주가가 7만원대로 내려간 뒤에도 11만원대 목표주가를 유지했다.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한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곳이 많았다.
지금 삼성전자가 직면한 어려움을 단순하게 정리한다면 삼성전자 경영진이 2019년에 HBM 개발을 일시 중단한 결과다. 지난 3분기 삼성전자의 메모리 부문 영업이익은 3조8000억원에 그쳤다. 반면에 SK하이닉스는 7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을 앞질렀다. 그러나 이런 결과가 SK하이닉스에는 대기업병이 나타나지 않았고 기업문화는 도전적이었으며 지배구조 문제는 해결됐기 때문인가.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매출 79조원에 영업이익 9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39조원에서 40조원 사이로 예상된다. 반도체 호황기로 불리는 2017년의 53조원이나 2018년의 59조원과 비교하면 당연히 아쉽지만, 크게 실망할 수준이라고 할 수는 없다. 현재의 시장 상황을 놓고 평가하자면 삼성전자에 대한 위기론은 과장됐다.
삼성의 문제는 복잡하지 않다. 결국 경영진의 책임이다.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는 기업문화가 문제라면 최고경영진은 그런 기업문화를 바꾸고 의사결정 체계를 단순화하며 혁신을 주도할 수 있어야 했다. 문제의 핵심은 최고경영진의 능력이다. 등기임원은 아니라고 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선대 회장이 쓰러진 2014년 이후 사실상의 총수 역할을 이미 해왔다. 10년이 지났고 이제 능력과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받아야 하는 시점이다.
지난 10년 동안 삼성전자의 매출 증가율은 달러 기준으로 연평균 1%에 불과했다. 그 이전 15년 동안에는 연평균 17%를 넘었다. 아내와 자식을 빼고 모두 바꾸라고 했던 신경영 선언 당시 이건희 회장은 51세였고, 직원들 앞에서 휴대전화 15만대를 쌓아놓고 불태웠던 1995년에는 53세였다. 이재용 회장은 올해 56세다.
김상철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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