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영병 감당안돼 징병법 뜯어고쳐
고대엔 탈영병에 연좌제 연결하기도
우크라 고질적 부패 해결될진 미지수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째로 접어든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징병제 개편에 나서면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병력모집이 절실한 전시에 징병제를 개편하는 일은 이례적인 상황이라 미국과 유럽 등 서구국가들도 주목하고 있는 이슈인데요. 특히 이 사안은 우크라이나에서 크게 늘어나고 있는 '탈영병' 문제와 얽혀있어 우크라이나 정부가 이를 해결할 수 있을지 여부가 전쟁의 중대한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가뜩이나 우크라이나에서는 전쟁이 장기화되고 사상자도 크게 늘어나면서 병역기피 관행이 극심해지고 있고, 탈영병 숫자가 통제 불가능할 수준까지 늘어나고 있다는데요. 이번시간에는 고대부터 지휘관들이 가장 고민하던 문제 중 하나인 탈영병 문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5000달러 내고 진단서 위조하거나 탈영해 해외로 도주"
먼저 뉴스부터 살펴보겠습니다. 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와 여당은 징병제 개편안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해당 안은 기존 25세 이상 남성을 일괄 징집해 기본군사훈련 뒤 전선으로 투입하는 방식에서 탈피해 대학과 직장에서 군사훈련을 받고, 각자 직업이나 특기에 따라 필요한 곳에 배치되는 방식이라고 하는데요.
하지만 우크라이나 정부가 병력부족 우려를 감수하면서도 징병제 개편에 나선 이유는 너무 심각해진 탈영병 문제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5000달러(약 662만원) 정도 비용을 들이면 허위 진단서를 내고 징집 대상에서 빠질 수 있는데다 아예 해외로 탈출하는 남성들도 크게 늘어났고 있다고 가디언은 지적했죠.
고대부터 골치아팠던 탈영병 문제…연좌제 처벌도
사실 탈영병 문제 자체는 인류사와 함께 해왔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역사가 오래된 문제입니다. 19세기까지는 전쟁터에서도 사망자보다 탈영병이 훨씬 많았다고 전해질 정도죠.
이로 인해 고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진(秦)나라에서는 병사들끼리 연좌제까지 등장하게 됐습니다. 군대에서 흔히 "오와 열을 맞춘다"고 할 때 많이 쓰는 한자 '오(伍)'자가 이 연좌제와 연관이 있는 한자입니다.
중국 역사서인 사기(史記)에 나와있는 기원전 3세기 진나라의 군법을 다루고 있는 법률인 '군작률(軍爵律)'에 따르면 오의 병사 중 1명이라도 전장에서 도주해 이탈하면 나머지 4명은 2년간의 노역에 처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이후 중국 역대 왕조들도 이 진나라의 군작률에 따라 탈영병이 발생하면 연좌제를 적용해 동료병사들도 함께 처벌했는데요. 이로인해 실제로 탈영병 숫자를 크게 줄였다고 하죠.
탈영병에 대한 가혹한 벌은 서양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유럽에서도 군율이 엄격하기로 악명이 높았던 18세기 프로이센의 경우, 탈영병은 무조건 사살하는 추격부대가 있었는데요. 장교들로 구성된 추격부대는 말을 타고 전장을 돌아다니면서 전진하지 하고 뒤로 도망치는 탈영병을 사살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합니다. 심지어 밤중에 병사들이 도망칠까봐 텐트에 불을 끄지 못하게 했었다고 전해질 정도죠.
우크라 특유 군부 부패도 한몫…국제사회 우려 커져
이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한 군대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탈영병 문제는 특히 군부 부패가 심각한 우크라이나에서는 더욱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이미 지난해 국방장관을 비롯해 군부 수뇌부 대부분이 한꺼번에 교체될 정도로 심각한 부패문제가 여러차례 발생했었는데요.
지난해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 조사에서 우크라이나는 조사대상 180개국 중 116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여전히 부패지수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죠. 미국 의회에서도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반대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가 이 부패 문제였습니다. 일부 의원들은 아예 우크라이나에 수출되는 무기는 향후 무기가 제대로 배치가 됐는지 추적이 가능하도록 전자 이력시스템이 필요하다고까지 지적을 했을 정도입니다.
결국 아무리 전시에 징병법을 개혁하는 초강수를 둔다 해도, 이미 부정부패가 만연한 우크라이나에서 병역비리가 순식간에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것이죠. 이번 징병법 개정이 과연 전체 전쟁과 전선에 또 어떤 영향을 줄지 국제사회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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