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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우먼톡]연애 스캔들 주인공, 김유신의 어머니 만명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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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흥왕 조카로 신라 최고의 왕족
가야계 김서현과 신분 넘은 사랑
가출 결행해 삼국통일 주역 키워

이한 역사작가 이한 역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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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통일의 주역, 김유신의 어머니 만명부인. 그녀는 아들의 사랑을 반대하고 훈계하는 엄격한 어머니로 알려졌지만, 사실 젊었을 때는 나라를 깜짝 놀라게 하는 연애 스캔들의 주인공이었다. 원래 그녀는 신라에서 손꼽힐 만큼 고귀하고 높은 신분이었다. 만명부인의 아버지는 숙흘종으로, 신라 진흥왕의 동생이었다. 국사 교과서를 장식할 정도로 신라를 크게 발전시키고 영토를 넓힌 진흥왕. 만명부인은 그 사람의 조카였던 것이니 왕족이었고 골품제도의 나라 신라에서는 일평생 걱정 없이 살 수 있었을 만큼 신분이 높았다.
그러나 그런 만명부인의 삶을 크게 뒤바꿔놓은 일이 벌어지게 되었으니, 바로 가야계의 귀족인 김서현과 만난 일이었다. 가야는 김수로왕과 그 형제들이 세운 나라였지만 진흥왕 때 신라가 강력해지면서 차츰 무너져서 신라에 합병되었다. 김서현은 금관가야 마지막 왕의 손자로 가야의 왕족이었다. 가야가 망한 뒤 신라 귀족이 되었지만, 망국의 후손이었기에 다소 격이 떨어지는 처지였다.
그런데 만명부인은 김서현과 사랑에 빠졌다. 두 사람은 서로의 신분과 처지를 모두 잊고 불타는 사랑을 했고, 넘어서는 안 되는 선도 훌쩍 넘어버렸다. 그래서 삼국사기는 만명부인과 김서현의 사이를 일컬어 야합(野合)이라고 말했는데, 부모의 허락 없이 부부의 인연을 맺은 것을 뜻한다, 먼 훗날 춘향전의 성춘향과 이몽룡처럼 말이다. 게다가 만명부인의 고귀한 신분을 생각하면 이 일은 경주를 뒤엎을 만큼 엄청난 스캔들이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만명부인의 아버지는 당연히 노발대발했고 딸을 집에 가두었다. 김서현은 경주에서 멀리 떨어진 충청북도 진천군의 태수로 파견되었는데 사실상 좌천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견우와 직녀처럼 따로 떨어지게 된 두 젊은이. 그들의 철없는 불장난은 끝나는 듯했지만, 만명부인은 갇혀있던 집에서 탈출해서 김서현의 곁으로 달려갔다. 이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부부가 된 만명부인과 김서현은 임지였던 진천군에서 첫 번째 사랑의 결실을 얻게 되니 그게 바로 김유신이었다.
삼국통일의 주역 김유신에게는 딱히 설명이 더 필요할 것 같지 않다. 그뿐만이 아니었으니, 만명부인은 신라 왕비의 어머니이기도 했다. 딸 문희는 태종무열왕 김춘추와 곡절 많은 연애 및 혼전 임신을 거쳐 결혼했고, 마침내 신라의 문명왕후가 되었다. 그렇게 태어난 손자가 문무왕이었다. 이렇게 만명부인의 여러 자식과 후손들은 삼국을 통일하고, 통일신라의 주역이 되었다.
삼국통일이라는 위대한 역사적 사건이 한 여자의 사랑에게서 비롯되었다고 한다면 너무 지나친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 아주 틀린 말도 아니었다. 생각해보라, 만약 만명부인이 사랑에 눈멀지 않았더라면, 자신보다 신분이 낮은 사람을 사랑하지 않았더라면, 아버지의 뜻을 따라 얌전히 머물러 가출하지 않았더라면. 김유신이 태어날 수 있었겠는가, 문명왕후와 그 아들인 문무왕이 태어날 수 있었겠는가. 이처럼 만명부인의 자식들은 삼국통일의 시기에 너무나도 위대한 발자취를 남겼기에 그들이 없는 역사를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사랑이란 정말로 힘이 세다. 지금으로부터 아주 먼 옛날, 한 고귀한 신분의 공주님이 있었다. 그런데 공주님은 자신과는 격이 맞지 않는 망한 나라의 왕자님과 사랑에 빠졌고 부모님의 반대를 뚫고 집을 나와 결혼했다. 그래서 가장 위대한 장군과 왕비님을 낳았다. 그야말로 로맨스 소설에서나 나올 것 같은 이야기가 역사적 사실이라니. 철부지 공주님 만명부인의 사랑은 그토록 강했다.

이한 역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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