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법정 난임 휴가 연 3일→6일 확대
휴가일수 부족에 사용 자체도 쉽지 않아
"난임은 개인 건강 문제이자 노동권 문제"
'임신 의지' 난임 직장인 눈치 안보는 사회 돼야
"회사에 알리나요?"
난임 시술을 받는 직장인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 중 하나가 일정 조율이다. 한 달에도 여러 차례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데, 일반적인 근무 시간과 병원 진료 시간이 겹치는 까닭에 휴가를 내지 않으면 치료받기가 쉽지 않다. 대표적인 난임 시술인 체외수정(시험관) 시술 환자를 위한 온라인 카페에 이러한 글이 올라오는 이유다. 임신하기 위해 병원 치료를 받는 것 자체가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라는 인식, 그리고 '난임(難妊)'이라는 건강 상태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회사에 알리는 것조차 힘들게 한다. '휴가 사용이 자유로워 얘기 안 해요'라는 댓글은 그나마 다행이다. '허리 치료 중이라고 했어요' '말하고 싶지 않았는데 어쩔 수 없이 직속 상사에게만 알렸어요'라는 댓글이 달린다.
내년부터 법정 난임 휴가가 기존 연 3일에서 연 6일로 늘어난다. 시험관 시술 한 번에 최소 5회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그마저도 사용이 어렵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난임 치료 휴가 사용률은 21.3%에 불과하다. 직장 규모나 형태에 따라서도 난임 휴가 사용에 차이를 보인다. 공공기관과 공무원은 난임 휴직까지도 가능하나 민간기업은 대기업→중소기업→영세업체로 갈수록 난임 휴가 사용률이 떨어진다. 일부 대기업은 자체적으로 난임 치료를 위한 추가 제도를 갖춰 주목받기도 한다. 여기에 수도권에 몰려있는 난임 병원을 오가는 지방 난임 환자들은 부담해야 하는 시간·물리적 비용이 더 들면서 일종의 지역 불평등마저 감내한다.
기자가 기획 기사 '난임상경기' 취재차 만난 정책 전문가, 난임 전문의들은 난임 휴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난임 정책을 분석해온 김동식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난임은 개인의 건강 문제이기도 하지만 노동권과 연결된 문제"라고 설명했다. 난임 치료가 주로 30~40대를 대상으로 이뤄지는데 한창 일선에서 '커리어 하이'를 찍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계속 승진도 할 수 있는 다수가 일자리를 포기하는 상황에 내몰린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김 선임연구위원은 "비자발적 퇴사"라고 표현했다.
국내 난임 환자는 남녀 합쳐 25만명이 넘는다. 그중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시술 등 난임 시술을 받는 환자는 95%가 여성이다. 현재 대한민국이 겪는 저출산 문제는 여성의 사회 진출과 맞물려 발생했다. 사회에 진출한 여성이 임신, 출산으로 자신의 커리어와 삶이 어려움을 겪을 것을 우려하는 경우가 늘었다. 난임 치료에 나선 여성 직장인들은 그러한 고민 속에서도 아이를 갖겠다고 결심하고 적극적으로 노력을 기울인다. 이러한 노력이 '감출 만한 일'로 치부되는 사회가 돼선 안 된다. 내년에는 적어도 연 6일의 난임 휴가를 당당하게 사용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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