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을 포함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이미 금리 인하를 시작한 가운데 Fed의 통화정책 전환은 다른 국가들에 가장 주요한 변수로 꼽힌다. 특히 미국과 무역, 금융정책이 연계돼있고 파급효과가 더 뚜렷한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더욱 그런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금리가 조만간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감만으로도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2022년 12월 저점에서 최근 다시 뛰어올랐다. 앞서 부동산 시장은 한국은행이 금리를 14년 만의 최고치인 3.5%까지 인상하며 직격탄을 맞았었다.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물가안정목표인 2%로 내려가고 있다. 내수 또한 급격히 약화한 상태다. 이는 모두 금리 인하를 뒷받침하는 요인들로 평가된다. 다만 금융안정을 유지하는 것 역시 한은의 의무 중 하나다. 금리 인하 결정은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인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를 매우 우려하게 만든다.
노무라의 박정우 이코노미스트는 "그들(한은)이 서울 지역의 집값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낮은 물가상승률, 약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집값 문제가 통화정책에 얼마나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을 규제하는 것이 중앙은행의 책임이 아닌 정부의 책임이라는 부분은 이러한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정부가 주담대 규제를 강화하고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등락을 제어하기는 쉽지 않다.
반면 호주의 경우 금리 인하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달 초 호주 중앙은행(RBA)은 금리를 12년 만의 최고 수준에서 동결했다. 더 나아가 물가가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논의했다.
RBA는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처럼 공격적인 긴축정책을 펼치지는 않았지만 더 오랜 기간 높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며 최근 통화완화 추세에 따르지 않을 것임을 시사해왔다. 하지만 시장을 설득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채권 투자자들은 RBA가 올해 12월 께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호주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통화정책이 아니다. 심지어 지난해 RBA가 금리를 인상했을 때조차 호주 집값은 잠시 급락했다가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했다. 코어로직의 아시아태평양 담당 전무이사인 팀 롤리스는 "만약 단지 금리에 따른 것이었다면 우리는 지금쯤 깊은 경기둔화에 빠졌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호주 부동산 가치에는 수요와 공급의 역동성이 더 큰 여파를 미친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급격히 심화한 주택문제는 수급 양쪽 측면에서 오래된 정책 실패 문제를 부각시켰다. 코리나 이코노믹 어드바이저리의 사울 에스레이크는 지난 4월 주택위기 보고서를 통해 호주 주택시장이 양측 면에서 모두 최악의 상황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호주 정부는 공급보다 수요를 확대시키는 데 중점을 둬왔다. 이러한 수요 중심의 정책들은 세제 변화와 맞물려 결국 첫 주택 구매자들보다 투자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주택 자가보유율의 급격한 하락은 임대주택 수요 급증을 부채질했다. 또 이는 팬데믹에 따른 이민자 급증 등과 맞물려 주택 구입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여기에 제한적인 도시 계획, 구획 규칙 역시 도심 인근의 인기 지역에서 중밀도 주택개발을 방해하면서 주택위기를 한층 악화시켰다.
금리 인하로 차입비용을 낮추는 것만으로는 주택 구입 능력을 크게 개선할 수 없다.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대신 호주의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것이 최근 주택 위기의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금리 인하 시점을 두고 투자자들이 베팅을 쏟아내는 상황에서 한국과 호주는 주거용 부동산 시장과 관련한 통화정책의 한계를 보여주는 경고가 되고 있다.
니콜라스 스피로 로레사 어드바이저리 파트너
이 글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칼럼 ‘South Korea, Australia show rate cuts are no cure-all for property markets’을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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