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 분산투자하지 않거나
상품 특성 파악 후 투자하지 않는 성향
불완전판매 노출 가능성 높아
키코부터 홍콩H지수 ELS까지
금소법 등 조치 취해져도 반복
"판매금지보다 금융교육 필요"
펀드에 대해서 잘 몰랐던 이씨는 은행 창구직원의 설명에도 어려운 용어가 많아 듣기를 포기했다. 여기에 손실위험이 있지만 직원은 이를 알리지 않았고 이탈리아 국가 부도가 발생하지 않는 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상품을 예금처럼 생각하고 상품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2019년 말부터 투자금 상환이 연기됐고 만기 부실채권화되면서 2020년 펀드판매가 중단됐다. 이씨는 3년간 모은 3000만원을 전부 잃게 됐다.
이 같은 성향 때문에 소비자들은 금융사의 불완전판매에 노출되기 쉽다. 불완전판매란 금융사가 상품을 판매할 때 원금 손실 가능성 등 상품 관련 주요 내용과 주의사항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행위를 말한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논란이 된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2007년 키코 사태부터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손실 사태,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PEF) 사태 등을 겪으며 불완전판매를 막고자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지만 아직 한계점이 많다. 금융교육 강화 등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예금”으로 소개된 홍콩H지수 ELS
가입자들 상당수는 은행을 이용하는 도중에 창구 직원에게 상품 가입을 권유받았으며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특히 목돈을 굴리는 은퇴자나 고령자가 해당 상품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박기현씨(61)는 “은행에서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예금’이라고 설명하고 서류에 사인할 곳만 동그라미 쳐 순식간에 마무리됐다”며 “3개월 후 은행에 항의하니 ‘이왕 기다린 거 3년만 더 하면 이자가 붙을 수 있다’라고 해서 기다렸고 올해 4월에 가보니 담당자가 전출 갔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불완전판매 논란…키코사태부터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까지
불완전판매 막는 금소법도 역부족…“판매금지보단 금융교육 필요”
단순히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를 막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소비자들의 금융상품 선택권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ELS가 최대 100% 손실 가능한 고난도·고위험 금융상품인 측면이 있으나 저금리 시기엔 예금 금리 대비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어 2003년 한국에 처음 출시된 이후 계속 판매된 투자상품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후보자 시절 ELS 상품 판매를 전문투자자로 제한하는 것에 대한 질의에 “판매 대상의 제한은 금융소비자 보호와 함께 금융소비자 선택권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답한 바 있다.
근본적으로 금융소비자들이 상품을 이해할 수 있게 하거나 자신만의 투자 원칙을 만들기 위한 역량을 키우는 게 시급하며 이를 위한 금융교육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금융교육으로 불완전판매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단순 지식 습득을 넘어 판단의 방향성을 잡아주는 금융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 고승범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장은 “청소년 시기부터 금융교육이 이뤄진다면 금융에 대한 기본 소양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상품 위험성, 수익과 위험률 간의 관계 등에 대해 기본 교육이 이뤄진다면 전문적인 금융상품 교육의 기초가 될 것이며 사회에 나와 각종 투자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유진 한양대학교 경제금융대학 교수는 ‘금융분쟁과 투자자 보호’ 논문에서 금융교육의 주된 목표를 이상적이고 최적의 금융의사결정을 실행할 수 있게 함이 아니라 비합리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잡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금융소비자 본인들이 과도한 긍정이나 자신감을 가지고 있어 비합리적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걸 강조해야 한다”며 “펀드 투자 등 소비자들이 직접 결정할 일이 아니라 전문가 도움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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