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가 분열로 망한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됐다. 요즘은 거의 분열의 정점을 보여주고 있다. 분열은 정당이 쪼개지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같은 정당 아래 있어도 심리적으로 갈라지면 분열과 같다. 끝없는 분열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를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출범 초기 윤석열 정권은 크게 봐서 전통 보수(윤석열)+2030(이준석)+중도(김종인) 세력의 연합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멀리하고 이준석 전 대표를 내치면서 스스로 집권 기반을 좁혔다. 그렇다고 새로운 지지 기반을 끌어들인 것도 아니었다. '친윤 후보'였던 김기현 대표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그런 뒤 등장한 게 한동훈 대표 체제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측근이었던 한 대표와도 갈등한다. 정치적으로 두 사람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듯 보인다. 지난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두 사람이 사각테이블에서 만나는 사진 한 장이 모든 걸 말해줬다. 대통령과 당 대표가 갈등하는, 일찍이 역사에 없던 보수 세력의 분열이다. 참다못한 유권자들이 대부분 고개를 돌리니 지지율은 보나 마나다.
보수 세력이 3당 합당(민주정의당과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의 합당)을 통해 정치권 주류를 확실하게 장악한 것은 1990년이다. 그러나 1995년 자유민주연합 창당, 1997년 이인제 후보의 국민신당 창당 등을 거치며 분열되기 시작했다. 2000년 민국당이나 2008년의 친박연대도 공천 불만 등으로 보수 세력이 분열한 결과 탄생한 정당들이었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보수의 큰 흐름은 유지됐다. 유권자들의 지형도 보수, 진보가 비슷하거나 보수가 약간 우위에 있었다. 그러던 것이 '박근혜 탄핵' 이후 치러진 2020년 21대 총선 때부터 확 달라졌다. 보수는 41.54%, 진보는 52.2%를 득표해 진보 세력을 지지한 유권자가 10.66% 많았다. 지난 총선에서는 차이가 12.24%로 벌어졌다. 보수는 지금 확실한 '소수파'다. 다수파의 분열은 이길 수도 질 수도 있지만, 소수파의 분열은 패배 외에는 길이 없다.
보수는 왜 분열하는 것일까. 우선 들 수 있는 게 오만이다. "내가 하는 게 맞다"는 착각, "내 말을 들어라"는 독선, "나이도 어린 게~"라는 권위 의식에 더해 "내가 누군데~" 하는 강한 엘리트주의에 젖어 있다. 많은 이들의 헌신 속에 자신이 존재함을 잊고 서로가 스스로 잘났기 때문에 현재 위치에 올랐다고 생각한다. 30여년간 보수 정치권에서 일해 온 한 인사는 "잘되면 주변인들을 챙기지 않고, 어려울 때는 찾으니 마음으로 존경심이 생기지 않는다. 대체로 엘리트 의식이 너무 강하다"고 말했다.
또 현재 보수 정치권에는 통합적 리더십을 행사하는 인물이 없다. 현역 정치인이든 원로든 마찬가지다. 자신을 낮추고 상대의 말을 경청하면서 전체를 아우르는 리더십이 없으니 상대를 비난하기 바쁘고 세력화에만 골몰한다. 존경하며 믿고 따를만한 모습을 보여주는 이가 없다. 그러니 뿔뿔이 흩어져 각개약진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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