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미국 달러가 워낙 강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며 향후 금리 인하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후 발표된 경제 지표가 큰 폭의 인하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예상보다 견조한 고용과 소비 등 미국 경기가 좋다는 지표가 잇달아 나오면서 금리 인하 속도조절 전망에 힘이 실린다. 시장 또한 미국의 빠른 금리 인하가 어려울 것이라 보면서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이달 1일 3.7% 선에서 25일 4.2%대를 기록 중이다.
특히 점차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지는 '트럼프 2기' 시대에서는 강달러가 예상돼 원화 약세 추이 역시 한층 가팔라질 수 있다. 트럼프는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약달러를 공언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 시 달러 강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관세 인상과 이민자 유입 감소 물가를 밀어 올려 Fed가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감세 정책으로 인한 재정적자 확대 역시 금리를 자극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증권가에서는 트럼프가 백악관에 입성하면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 정부와 통화당국의 대응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한은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실제 성장률을 꾸준히, 또 큰 폭으로 엇나가고 있다.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은 전기 대비 0.1%로 한은 전망치(0.5%)를 크게 밑돌았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올해 1분기 성장률이 예상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을 때만 해도 민간 주도의 경제 회복 경로에 진입했다며 고무됐었지만, 이제는 침체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한은을 진퇴양난의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성장률 하락은 금리 인하 요인이지만 원·달러 환율 상승, 미 대선, 가계부채 등은 금리 인하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준 기축통화국인 일본도 널뛰는 환율로 '잃어버린 30년'을 겪었는데 주요 통화국이 아닌 한국이 널뛰는 환율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1400원대 환율 시대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점점 커지는 이 우려가 그저 기우이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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