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로부터 보완요구서한 수령
제조 과정 "병용약물 관련해서만 이슈 있어"
임상 실사 "전쟁으로 실사 어려워"
HLB 주가 하한가…바이오 투심도 악영향
HLB 의 항암 치료제 리보세라닙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문턱을 넘는 데 실패했다. 회복세에 접어드는 듯했던 국내 바이오 투자심리에도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진양곤 HLB 회장은 17일 오전 자사 유튜브 채널을 통해 "FDA가 저희 간암 신약 심사 건에 대해 보완요구서한(CRL)을 발행했다"고 밝혔다. CRL은 FDA에 신약 승인을 신청한 품목에 대해 추가적인 현장 실사나 자료 보완 등이 필요할 경우에 발부하는 서한이다. 지적된 사안을 수정·보완한 후 다시 승인을 신청해 심사받아야 하기 때문에 리보세라닙의 신약 승인 여부 결정은 최소 반년가량 늦어질 전망이다.
이번 CRL은 지난 1월 FDA가 진행한 항서제약 실사에서 발견된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 영향으로 보인다. 다만 CMC 관련 이슈는 리보세라닙이 아닌 캄렐리주맙에 대해서만 제기됐다. 일반 합성의약품(케미칼)인 리보세라닙과 달리 바이오의약품인 캄렐리주맙에 대해 보다 고강도 심사가 진행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진 회장은 "글로벌의약품 품목을 17개나 보유한 항서제약의 제조공정에 근본적이며 수정 불가능한 문제가 있을 거라 생각지 않는다"며 "빠르게 수정 가능한 부분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허가용 임상이 진행된 의료기관에 대한 실사인 생체연구모니터링프로그램(BIMO) 조사다.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은 2019~2022년 13개국 121개 의료기관에서 543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 3상 시험 연구를 통해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했다.
FDA는 신약 승인 심사 과정에서 임상기관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는데 문제는 13개국 중 서로 전쟁 중인 러시아(13개소)와 우크라이나(8개소)가 포함됐다는 점이다. 이들 국가는 임상의 인종 다양성 측면에서 코카시안(백인) 임상 대상자를 보다 낮은 임상 비용으로 빠르게 모집할 수 있어 임상시험지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전쟁이 터지면서 실사가 어려워지면서 이번 CRL에 관련 내용이 포함된 것이다. 특히 이번 임상은 인종 구성에서 아시아인의 비중이 83%로 상당히 높아 FDA에서 심사 과정에서 이와 관련한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던 만큼 실사가 이뤄지지 못한 여파가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
진 회장은 "백인 비율이 높았던 곳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라며 "저희의 문제가 아니며 다른 방식을 통해 충분히 입증 가능한 문제임으로 근본적 이슈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중국 등 다른 지역의 실사가 완료된 상황에서 지정학적 이슈로 일부 기관에 대한 실사가 이뤄지지 못한 문제인 만큼 다른 코카시안 비율이 높았던 지역에 대한 실사 등을 통해 해결될 전망이다.
실제로 연초 5만원 수준이었던 HLB 주가는 FDA 승인 기대감에 힘입어 지난 3월 12만9000원까지 치솟는가 하면 최근에는 코스닥 시가총액 2위를 에코프로와 다투고 있었다. 하지만 승인 좌절 소식이 알려지며 HLB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하며 6만7100원으로 급락했다. 전날까지 12조5335억원에 달했던 시총도 8조7787억원으로 알테오젠에 3위 자리를 내줬다. 그뿐만 아니라 HLB글로벌 , HLB바이오스텝 , HLB생명과학 , HLB제약 , HLB이노베이션 , HLB테라퓨틱스 , HLB파나진 등 HLB그룹 상장사들도 대거 하한가를 기록했고, 다른 주요 바이오 기업들도 일제히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전반적인 투심 약화를 초래한 모습이다.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 벌어졌다"고 말한 한 업계 관계자는 "리보세라닙은 개발 초기 단계부터 HLB가 관련 권리를 인수해 직접 FDA 승인을 받고, 직접판매까지 노렸던 약물"이라며 "이 같은 구상이 좌절된 만큼 앞으로 중소 바이오텍이 자체적으로 FDA 신약을 도전하는 사례가 더 줄어들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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