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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다이어리]'총기 규제', 또 다시 美 대선 쟁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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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에 이어 총기 규제가 미국 대선 정국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또 다시 총기 난사 사건이 터지면서다. 이달 4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인근 소도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14세 학생이 총기를 난사해 최소 4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에 이어, 학교 내 총격 사건 발생으로 총기 규제를 외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두 이슈 모두 한국에서는 정치적으로 이슈가 안되는 사안이지만, 미국에서는 지지 정당을 가르는 기준이 될 정도로 파급력이 상당하다.
[뉴욕다이어리]'총기 규제', 또 다시 美 대선 쟁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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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기 난사 사건으로 총기 소유 찬성론자가 총기 규제론자로 돌아설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 큰 관심이 없던 총기 규제론자들이 총기 소유를 옹호하는 트럼프가 아닌, 총기 단속을 약속한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찍기 위해 투표장에 나올 가능성은 커졌다. 해리스와 트럼프가 역대 어느 대선 때보다 팽팽한 접전을 펼치는 만큼 지지층을 얼마나 많이 투표장으로 끌어내느냐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이번 조지아주 총기 난사 사건은 비극성을 떠나 사건 자체만 놓고 보면 민주당에는 호재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조지아주는 미 대선의 승패를 좌우하는 7개 경합주 중 한 곳이란 점에서 이번 총격 사건의 여파를 과소평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조지아주는 2020년 대선 당시 바이든이 불과 0.23%포인트 차이로 트럼프에 승리해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간 초접전 지역이다.

우리 시각에서 보면 단순 금지하면 될 듯 싶은 총기 문제가 미국에서 간단치 않은 건 미국 역사와도 뿌리 깊은 관련이 있다. 미국은 사실상 총이라는 무기를 기반으로 세워진 나라라 할 수 있다. 총으로 무장한 유럽인들이 인디언들의 영토를 빼앗아 세운 데다, 영국과의 독립전쟁에서도 총을 보유한 민병대들이 맹활약 했다. 미국 수정헌법 제 2조는 '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State)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인민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 총기 소유에 대한 법적 근거도 명확하다. 결국 총기 소지 찬성론자들은 총기 소유가 미국 사회와 역사의 정체성과 관련이 깊다고 여기고 있어 총기 규제론자들의 주장에는 완고할 정도로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 또한 지난 2008년 판결을 통해 '미국 헌법은 개인이 가정에서 자위를 위해 사용하는 개인용 총기를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총기 소유의 합법성을 재확인했다.


그럼에도 미국 사회에서 앞으로 총기 규제 강화 흐름 자체는 거스르기 어려워 보인다. 10대와 영유아들의 총기 사망 사건이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총기 폭력 기록 보관소 자료에 따르면 11세 이하의 미국 내 총기 사건 사망자는 2014년 196명에서 지난해 297명으로 50% 이상 뛰었다. 총기 사건으로 인한 중·고등학생 사망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총기 사고로 인한 중·고등학생 사망자 수는 같은 기간 569명에서 1385명으로 두 배를 훌쩍 넘는 수준으로 뛰었다. 총기 난사에 따른 사망자 수 또한 272명에서 656명으로 늘었다. 미국의 정체성과 총기 소유의 일부 불가피성 등을 두루 고려하더라도 총기 사용에 대한 여론이 갈수록 악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제 미 대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조지아주 총기 난사 사건으로 인한 총기 규제 논란은 대선까지 남은 기간 이슈의 화력을 더할 수도, 다른 쟁점에 밀려 금세 휘발될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 개인의 총기 소지가 전면 금지되지 않는 한 이 이슈를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 다가 올 십수 번, 또는 수십 번의 미 대선 기간 지속될 것이다. 총기 허용으로 인한 사망을 막기 위해 이를 전면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과 개인의 자위권 차원에서 총기 사용은 필수라는 주장 사이의 간극은 향후 수백 년이 지나더라도 좁히기 쉽지 않아 보인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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