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한 제약·바이오 분야의 글로벌 액셀러레이터가 강연에서 "한국의 규제는 포지티브 체제"라며 "정부 중심의 규제로 혁신이 불가능한 생태 구조여서 혁신 기술을 기반으로 한 퀀텀점프 기업이 탄생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등 기술혁신 선도 국가는 네거티브 체제로 기업들이 원한다면 첨단 혁신 기술에 대한 규제를 상당 부분 열어주는 대신 문제가 발생하면 강도 높은 제조물 책임법인 ‘PL법’에 기반해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국민들 입장에서는 우리나라 규제 대부분이 정부 주도형의 포지티브 체제로 국가가 인허가권을 바탕으로 승인에 대해 상당한 책임을 지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을 보더라도 미래에 생길지 모르는 안전성 이슈에 대한 위험 요인을 전적으로 국가기관에서 인허가로 결정하는 것은 오히려 다양한 불확실성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최근 새 정부 출범으로 기존의 변화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바이오·디지털헬스 글로벌 중심 국가 도약의 일환으로 바이오헬스 규제샌드박스 등 규제 개선을 통한 혁신 생태계 조성이 국정과제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규제샌드박스는 2016년 영국에서 시작돼 현재 60여개국에서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도 2018년 도입됐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정부가 바이오헬스 분야의 규제샌드박스로 승인한 과제는 총 55건이다.
하지만 제약·바이오산업은 규제샌드박스를 적용하기 어려운 분야라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캐나다는 첨단치료제품(ATP)을 대상으로 한 규제샌드박스 적용을 위해 자본시장을 포함한 민간 기업의 강력한 지지와 광범위한 이익집단의 참여를 제한적으로 수렴하고, 규제당국 이외 연방기관이 조정·수행하는 중앙집중식 정책 입안을 한 바 있다.
최근 우리 복지부도 제약·바이오를 포함해 보건의료 특화규제 샌드박스를 추진하기 위한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이를 위해 건강보험,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질병관리청의 협력을 통해 규제 개혁방안을 모색한다고 한다. 새 정부에서 캐나다의 사례 등을 적극 벤치마킹해 안전성에 기반한 가운데 시장과 연계된 혁신 기술들이 글로벌 수준의 가치를 창출해 내는 토대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합리적인 규제 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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